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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온유하고 참을성 있고 선하고 자비로운 교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03 조회수1,585 추천수10 반대(0) 신고

 

온유하고 참을성 있고 선하고 자비로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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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후원회 미사 때의 일입니다. 미사 전에 저희 몇 명의 사제들이 각자의 사무실에서 고백성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한 자매님이 나가시고 연세 많으신 할머님 한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보아하니 할머님께서는 앞이 가려진 고백소에서만 성사를 보시다가 앞이 탁 트인 곳에서 마주보고 앉아서 성사를 보시려니 적응이 잘 안되시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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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사제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앉아있던 제가 영 미덥지 않으셨던지 자리에 앉지 않으시고 안절부절, 전전긍긍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물으셨습니다. “고백성사 좀 보려는 데 신부님은 어디 계시유?” “? 제가 신분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님은 못내 미심쩍으셨던지 옆방 신부님 줄로 가서 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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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보 사도가 예수님께 한 가지 바람을 간절히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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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요한복음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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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보 사도의 간청에 예수님께서 느끼셨던 실망이 꽤나 컸던 것 같습니다. 벌써 3년 가까운 날들을 동고동락했고, 그토록 자주 반복해서 그분과 나는 일심동체다. 내 안에 그분께서 계신다. 나를 보았으면 아버지를 뵌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그렇게 교육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필립보 사도는 다 까먹고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무지와 무관심이 안타까우셨던 스승님께서 조금은 서운한 감정을 담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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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요한복음 1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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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톨릭교회의 교리 꽤나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인류를 극진히 사랑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선물이자 구세주로 보내주셨습니다 .인류가 그토록 뵙고 싶어 했던 하느님 자비의 얼굴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명명백백히 드러났습니다. 인간세상 안으로 육화하신 예수님이 곧 하느님 그분이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뵈었다면 곧 하느님을 뵌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을 구세주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것, 그분을 내 삶의 주인으로 삼고 섬기는 것, 이것이 우리 신앙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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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나아가서 예수님께서 지상생활 동안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그 큰 자비와 사랑을 이웃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또 한 가지 남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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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는 엄격함이 아니라 자비의 영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온유하고 참을성 있고 선하고 자비로운 교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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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3세가 교황으로 선출된 후 군중들에게 인사하려고 발코니에 섰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조금은 웃었습니다. 세련되고 이지적이던 전 교황님들과는 달리 너무나 편안한 할아버지, 넉넉하다 못해 뚱뚱한 할아버지 한분이 딱 나타나신 것입니다. 크신 체구를 고려해서 크게 맞춘다고 맞춘 수단인데도 몸에 꽉 끼어서 꽤나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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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교황이 되고 나서 전통적인 교황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하신 분입니다. 바티칸 내 일꾼들이 교황을 만나면 서둘러 자리를 피하던 관행도 없앴습니다. 한번은 교황님께서 바티칸 정원을 산책하고 계실 때 근방에 있던 정원사들이 황급히 나무 덤불 뒤로 숨었습니다. 장난기가 발동하신 교황님께서 외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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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숨어있는 것 내가 다 아니, 빨리들 밖으로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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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 씩 한명 씩 밖으로 나온 그들에게 교황님께서는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묻듯이 자상하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가족은 몇 명인지? 자녀교육에 어려움은 없는지?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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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고 교황님은 충격을 받고 분노하셨습니다. 그리고는 크게 외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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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내부에서 사회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정의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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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께서는 곧바로 관계자들을 불러 바티칸 시국 내 직원들의 급여를 대폭 인상시켰습니다. 특히 가족수당이 대폭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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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가장 작은이들에게 먼저 실천하신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외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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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고 있습니까? 교회 안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정의를 실천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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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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