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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불심즉하심(佛心卽下心) / 민요셉신부 * (펌)
작성자이현철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11 조회수1,630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 석가탄신일(5/14)을 며칠 앞두고 저의 친구 고 민요셉신부님의 글을 펌해드립니다.

아래 사진은 민신부님이 생전에 부산 동명불원에서 석탄절 축하설법을 하시던 모습입니다. ^^*

 


                                            불심즉하심(佛心卽下心) / 민요셉신부

   도담 스님과는 저는 함께 수도생활을 했습니다. 함께 살다가 저는 필리핀으로 떠났고 스님은 일광 삼덕 마을, 예수 마리아 성심 수도원에서 사셨습니다. 그러다 귀국해 보니 스님은 수도원을 떠나 또 다시 출가하셨습니다. 양로원, 평화의 집 등에서 봉사하다 다시 속세를 떠나 출가하여 스님이 되신 것입니다. 스님은 유난히 산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럴려고 그러셨는지 그렇게 좋아 하던 산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소식을 모르다 연이 닿았습니다. 그래 스님이 계시는 송광사를 찾았고 그렇게 다시 만난 것입니다. 코카콜라 한 병으로 세상을 정복하며 웃긴 영화 <부쉬맨>의 주인공을 빼 닮아 부쉬맨이라 불리던 기골이 장대하고 성품이 고운 사람이 스님이었습니다.

   송광사 구석구석으로 화선지에 한자말로 단순하게 '下心' 이라고 쓰여진 표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下心이라? 저는 즉시 도담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스님, '下心'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는지요?"
"  예, 신부님. 불교 용어에 '불심즉하심(佛心卽下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佛心, 즉 부처님 마음은 下心이라는 뜻이지요. 下心은 말 그대로 '마음 아래'로 풀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심'(心), 즉 여기서 말하는 '마음'이란 시비(是非), 즉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는,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하며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마음을 말하지요. 그러한 상태, 바람 잘 줄 모르고 언제나 야단스러운 상태를 '마음'으로 보지요. 그렇게 야단스러운 마음에 머물지 마라,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마음 저 깊은 곳으로 내려가라는 뜻풀이가 '下心'이지요. 마음을 비우라는 뜻으로 들으시면 고맙겠습니다. 下心, 즉 마음을 비워야 학습할 수 있습니다. 배울 수 있다는 말이지요. 마음을 비운 상태라야 가르침을 들을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下心, 즉 마음을 비우는 데는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하근기, 중근기, 상근기가 그것입니다. 성서 말씀에 밭에 뿌려진 씨앗의 비유에서 마른 땅이나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이 열매 맺지 못하고 말라버리고,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백 배 열매 맺듯이 가르침, 즉 말씀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下心을 살아야 합니다. 고지식하고 세상의 상식대로 살려고 하는 그러한 마음가짐이라면 여전히 가장 모자라는 단계인 하근기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보다 좀 나아지면 중근기에 속하는 것이고, 마침내 상근기에 이르면 마음히 허허로운 下心에 살게 되니 바로 깨닫게(覺) 되는 것입니다..."

   스님의 법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가톨릭 교회에서 가르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인간이 영적으로 성숙해 나가는 과정을 정화-조명-일치의 '세 가지 길'로 표현하는데, 이 세 가지 길을 거쳐 마침내 하느님과 하나되는,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영적 성숙의 길을 말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법문에서는 下心으로 가는 길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의 출발점을 불교에서는 '下心'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佛心卽下心입니다....
                                                                                            (출처: 고 민요셉신부의 '하느님의 결혼식' 중에서 발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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