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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젊은 시절 추억의 사진 한 장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17 조회수1,198 추천수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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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추억의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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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두 사도들, 그리고 오늘 우리 각자를 향한 예수님의 특별 제자 교육은 계속됩니다. 주님으로부터 받은 능력과 은사에 잔뜩 우쭐해져 기도하지 않은 결과 큰 낭패를 겪은 지가 바로 엊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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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의 스승 부재 순간에 대형 사고를 친 제자들의 모습에 제 인생여정 속 추억의 사진 한 장이 기억 속에 떠올라 혼자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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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던 수많은 아이들과 같이 살 때였습니다. 아이들의 숫자가 많다보니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성장기 아이들 머리카락은 어찌 그리 빨리 자라든지, 미용실 가격만 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히 미용 봉사를 해주셨지만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쉴 틈 없이 자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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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그럼 차라리 이 기회에 내가 이용기술을 직접 배워야겠다.’며 영등포에 있는 한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이용기술 그거 금방 배우겠지 했는데,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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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이제 실전을 쌓아야겠다는 의욕으로 넘쳐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원 원장님께서는 제게 무섭게 생긴 여자 머리 하나만 딸랑 주시고 계속 가위질만 연습시켰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들 머리 감겨주는 일,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쓰는 일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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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작스런 볼일로 원장님께서 출타를 하신 후 몇 시간 째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마침 머리 깎으시려는 중년의 손님이 들어오시더니 이발 의자에 앉으시며 저를 향해 예식장 가야되니 잘 깎아달라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 이발사가 아니라고, 수강생이라고 이실직고 말씀드렸지만 그 손님은 지금 시간이 없으니 괜찮다고 빨리 깎아달라고 재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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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없이 난생처럼 가발이 아닌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이발가위를 손에 쥐고 나름대로 머리를 깎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나름 제대로 깎는다고 깎았는데 아무리 깎아도 스타일이 나오지 않고, 그분 얼굴이 점점 범죄자 혹은 영구 스타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등에서 식은땀이 다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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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괜찮다고 했던 손님도 점점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역력히 드러났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그 순간, 원장님께서 구세주처럼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엄청 혼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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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허락도 없이 손님 머리를 깎으래? 그리고 손님 머리가 지금 이게 뭐야?” 하시면서 백배 사죄하시며 그 난감했던 상황을 잘 마무리하셨습니다. 결국 허겁지겁 뛰어나가는 손님 머리 스타일을 보니 짧은 스포츠군인머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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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충분한 실력과 내공이 닦이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구마활동을 하다 된통 혼이 난 제자들과 제 모습이 겹쳐지면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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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겸손한 신원의식이었습니다. 치유하시는 분은 주님이시고 자신들은 그저 종이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런 겸손한 자세가 부족했습니다. 아직 나는 초보요, 주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족한 존재라는 의식이 모자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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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고나서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제자들은 또 다시 극단적 미성숙함을 예수님 앞에 들키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신 것입니다. 제자들이 길을 걸어가다가 우리 가운데 누가 높은 사람인가?’하는 문제가 크게 다투는 모습이 예수님께 들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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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다 문화 안에서 그런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각종 중요한 모임이나 잔치 자리에서 서열을 정하고, 앉은 순서를 정하는 것은 그들 문화 안에서 아주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자 공동체 안에서도 그런 서열을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작은

다툼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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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자들의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신 예수님께서 실망도 하셨겠지만 또 다른 중요한 가르침을 그들에게 던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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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코 복음 9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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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수님께서는 다시 한 번 오늘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참된 높음이란 자기 비움과 섬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가르치십니다. 진정한 위대함은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 종이 됨에 있음을 강조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 본인 스스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으시고 그들의 냄새나는 발을 씻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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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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