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7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5-19 조회수2,209 추천수12 반대(0)

예전에 감명 깊게 읽은 글이 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배는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선장은 결정을 합니다. 배 안에 있는 무거운 짐들을 배 밖으로 버립니다. 더러는 아깝기도 하고, 더러는 소중하기도 하지만, 배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배를 가볍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욕심을 내서 자신의 물건을 배 밖으로 버리지 못하면 배는 험한 폭풍우 앞에 가라앉을지도 모릅니다.

  

사제가 되어서 10번 정도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사를 할 때 마다 짐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결심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짐은 가방 2개 정도만 가지고 다니자!’ 아직은 그 결심을 지키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조금씩 짐들이 늘어나니까요. 짐이 많을수록 버리지 못하게 되는 것을 봅니다. 훌훌 털어버리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데, 그렇게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 커다란 짐은 책들이었습니다. 한번 읽고 다시 읽지 않는 책들을 참 오랜 동안 가지고 다녔습니다. 적성에 있을 때 본당에 책장을 만들고 그곳에 다 주고 오니 마음이 홀가분했습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는 새로 읽고 싶은 책들을 사고, 나중에 다 주고 오면, 사실 신부가 가지고 다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동물들이 본능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일본에서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하면서 벽에 큰 못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1년 후에 벽을 다시 뜯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도마뱀 한 마리가 꼬리에 못이 박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도마뱀이 1년 동안 움직일 수 없는 도마뱀을 위해서 먹이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서로를 위한 사랑이 지극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면 길에 버려 질 것입니다. 여러분은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십시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을 합니다. 사람은 문명과 문화를 만들었으며, 많은 것들을 만들고 발명하였습니다. 사람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또한 비참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나의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못 먹어서 병들기도 하지만 너무 먹어서 병들기도 합니다. 이기심과 질투 때문에 서로 싸우기도 하고, 애써 만들어온 모든 것들을 스스로 파괴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재로서 의미 있게 살기를 바라십니다. 오늘 화답송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악인의 뜻에 따라 걷지 않는 사람, 죄인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 제때에 열매 맺고, 잎이 아니 시들어, 하는 일마다 모두 잘되리라.”

  

가톨릭 사회교리는 예수님의 이 가르침을 삶 안에서 드러내는 방법을 이야기 합니다.

첫째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입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성을 지닌다는 원리입니다. 인간은 성적인 차별, 피부의 차별, 신분의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는 자유와 지성과 양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와 구원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이 존엄성은 결코 함부로 훼손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보조성의 원리입니다. 이것은 상위집단이 하위집단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되며 하위집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보조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에 간섭해서는 안 되며,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때에 보조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연대성의 원리입니다. 모든 인간이 개개인으로 존엄한 인격체이지만 인간은 또한 사회적 존재이므로, 자신의 행복과 안녕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대성의 원리는 개인적 이기주의나 집단이기주의를 반대하여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요구합니다.

 

소금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습니까? 여러분은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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