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면서 그들 마음에 서로 하나 되어 온전히 그리고 변함없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을 심어 주셨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소박하는 일은 하느님 대신 가부장이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하느님이 다스리는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9절) 이는 하느님 법에 비추어 새로운 부부 관계를 정립하신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의 변함없이 내어주는 하나인 사랑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있어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항구히 추구해야함을 말해줍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의 일치 안에서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려줍니다.

야고보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통해 주님의 오심을 앞두고 형제적인 사랑의 실천과 인내를 강조합니다.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심판자께서 문 앞에 서 계십니다.”(야고 5,9) “끝까지 견디어 낸 이들을 행복하다.”(5,11) “하늘을 두고도, 땅을 두고도, 그 밖의 무엇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십시오.”(5,12ㄴ)

불평과 원망은 사랑의 일치를 깨뜨립니다.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은 하느님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하느님의 사랑이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이 자신의 기대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남의 탓이라고 억지 변명을 합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끔찍한 범죄행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흔히 남이나 환경 탓으로 돌려버리곤 하지요.

남을 탓하는 습관은 분노, 좌절, 의기소침, 스트레스뿐 아니라, 불행한 삶까지 남의 책임으로 돌리게 만듭니다. 그러나 남을 원망하고 그의 잘못을 탓하기만 하는 사람은 결코 평화로운 삶에 가까워질 수 없습니다. 모든 상황과 문제에서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상황은 사람을 구속하지 않으며, 단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드러내 줄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타인을 탓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지 않는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타인과 주변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을 뜻합니다. 불평을 터뜨릴 시간이 있으면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편이 낫겠지요.

지금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오직 자신만이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남을 원망하는 것은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낳는, ‘나를 끌어내리는’ 사고방식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남을 탓하기에 바쁜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과 불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임을 깨달아 남을 탓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부족한 인간이 완전한 사랑을 하기는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맺으신 사랑의 매듭을 불평불만과 원망으로 끊어버리지 않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이것은 사회의 갈등과 부조리 앞에서 연대를 통해 공동의 선을 추구해나가야 할 근원적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