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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고춧가루와 소금|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6-07 조회수1,460 추천수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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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와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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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수도원에서 아침식사 때 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메뉴가 하나 있습니다. 영원한 에너지원 삶은 계란입니다. 그런데 요즘 저염식(低鹽食)이 유행이다 보니 삶은 계란을 그냥 먹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소금 없는 삶은 계란은 앙꼬 없는 찐빵같아 별의미가 없습니다. 삶은 계란은 살짝 소금을 쳐서 먹어야 절묘한 맛의 조화가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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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속병으로 한 일주일 잠깐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습니다. 매콤하고 짭짤한 음식을 좋아하는 저였기에 식사 시간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끼니 때 마다 제게 배달된 음식은 정말이지 밋밋했습니다. 먹는둥 마는둥 식판을 원위치 시켜놓으면서 제 머릿속은 온통 칼칼한 육개장이며 얼큰한 매운탕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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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니 소금은 참으로 고마운 조미료입니다. 소금에 절여지지 않은 김장 김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값비싼 소꼬리곰탕이라 할지라도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음식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가는 소금의 역할은 아주 지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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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소금 같은 존재로 살아가라고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오 복음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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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마치 고춧가루 같은 사람을 만납니다. 틈만 나면 남의 인생에 고춧가루를 뿌려댑니다. 안 그래도 깊은 상처 입어 쓰라린 부위에 계속 매운 고춧가루를 뿌려대니 존재 자체가 십자가입니다. 늘 요란스럽습니다. 틈만 나면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니 공동체가 편할 날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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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소금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 특징이 소금처럼 공동체 안에 조용히 스며들어있는 것입니다. 확연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기 맡은 바에 충실합니다. 남들이 보건 말건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공동체 삶을 맛갈지게 만듭니다. 공동체를 살맛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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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것 같고 요란스럽지만 실속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로는 뭐든 다 합니다만, 결실이 없습니다. 이웃들에게 주는 것이라곤 씁쓸함이요 쓴 맛입니다. 요란한 괭가리에 불과한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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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금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소금의 가치나 위력은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야, 자신이 완전히 녹야 내려야 제대로 발휘됩니다. 비록 드러나지 않지만 공동체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 는 없어지지만 그로 인해 이웃을 빛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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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실제로 이 세상에 충만히 현존하고 계신다는 가장 확실한 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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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묵묵히, 뒷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그렇게 소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참 그리스도인이며 세상의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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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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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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