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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거저 받았기에 거저 주어야 / 성 바르나바 사도 기념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6-11 조회수1,068 추천수5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등산을 준비할 때면 어떻게 하면 짐을 줄일까를 늘 고민한다. 산이 높고 산행 기간이 길수록 이런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게다. 힘든 산행일수록 목적하는 산을 잘 오르려면 무엇보다 짐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게 참으로 중요하다. 어떤 여성 산악인은 한겨울에 태백산맥을 혼자 종주할 때에 칫솔의 손잡이까지도 잘라냈을 정도였단다.

 

암튼 이처럼 험난하고 오랜 산행을 할 때는 그 작은 무게도 견뎌 내기 어려우리라. 집안을 둘러보니 일 년 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옷과 책이 참 많다. 제 삶의 목적은 짐이 아니고 복음을 전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홀가분하게 살면 그만큼 자유로워질 텐데. 그러나 자꾸만 채우고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하느님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당장 필요 없이 ‘지나치게 갖고 있는 건’ 무슨 이유지?

 

우리의 영적 성장은 우리 영혼에 무엇을 자꾸 덧붙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영혼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온갖 불순물들을 떼어내는 것일 게다. 나이가 들수록 더 갖고, 더 많은 인연을 만들어야 삶이 안정되고 평화로워진다고 여긴단다. 그러나 실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버리고 ‘삶을 단순화시켜야만’ 중심이 잡히고 평화로워지리라.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를 고쳐 주고 나병 환자들을 깨끗이 해 주고 마귀는 쫓아라.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마라. 보따리도 여벌옷, 신발,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마태 10,7-10ㄱ 참조)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아무것도 지니지 못하게 하신다. 물질을 가지면 거기에만 기대기 때문일까? 누구나 역경을 만나면 아는 사람을 먼저 찾는 법일 테니까.

 

가진 것 없으면 기댈 곳은 단지 하느님뿐일 게다. 예수님도 이를 염두에 두셨으리라. 생존이 위태로울 때 우리는 기도드린다. 주님의 힘을 깨닫기에 모든 게 두렵지도 않을 게다. 그러면서 차츰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가니까. 삶이 풍족하면 신앙생활이 느슨해지고 기도도 게을러지리라. 구약의 이스라엘이 그랬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끝없는 시련으로 그들을 정화시키셨다. 그분 개입이 없었더라면 역사에서 사라졌으리라. 제자들에게 ‘엄격한 절제’를 요구하신 것도 바로 이 같은 맥락이리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복음 전하러 떠나는 데 여정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오히려 하느님께서 자신을 도구로 쓰시도록 내 욕심과 능력의 교만을 내려놓는 것이라나. 병자 치유와 마귀 쫓을 때마다 빠질 수 있는 허영과 자만에 복음의 기쁨이 사라질 것을 경계하신 것이리라. 우리는 복음을 전할 때 화려한 말솜씨나 물질적 기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자.’ 이처럼 받은 은총의 무게를 이웃과 겸손이 나누고, 자신의 영적수행도 더 엄히 해야 할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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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하늘나라,복음 전파,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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