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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하느님 앞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6-20 조회수1,373 추천수10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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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앞에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언젠가 이른 아침 바티칸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관광객 대열 한 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그곳은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온 인종 박람회장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큰 목소리로 자신들의 모국어로 떠들고 있었습니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 중국어, 독어, 아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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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인도 계열의 한 청년이 제게 다가오더니 아주 익숙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그렇다고 하니까 조금은 조잡해 보이는 박물관 엽서들을 능숙하게 촥~ 펼치며 그러는 것입니다. “이거 원래 2유로인데 1유로에 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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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능통한 그의 한국어에 신기해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한국말을 잘 하냐고 물었더니...“저는 방글라데시 사람인데 한국에서 6년 동안 공장에서 일했어요. 경기도 안산에서요.” 너무나 반가웠던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로마로 오게 됐냐? 가족들은 어디서 사냐? 사는 게 힘들지 않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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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군중 속에 외로이 있던 서 있던 저는 잠시나마 그 청년과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 제 주변에 서 있었던 수많은 외국인들은 그저 머나먼 이방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언어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그 청년은 정겨운 이웃이요 다정한 친구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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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 참으로 보통 인연이 아닙니다. 같은 언어로 내면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정말이지 대단한 일입니다. 언어가 안 통하는 사람들은 그저 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동일한 언어를 사용할 때 내게 한 특별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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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무변한 이 지구상 200여개 이상 되는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바로 북녘 땅의 우리 동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리적으로도 수많은 나라 가운데 가장 인접해 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그들은 현재 우리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와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칠레며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과도 마음만 먹으면 즉시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녘 동포들과는 그 어떤 소통도 자유롭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이 다시 또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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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적으로 참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먼 나라입니다. 같은 성씨 같은 조상을 모시고 있는 북쪽의 우리 동포들이 아직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독재자들의 세습 장기 집권 치하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지구상 가장 폐쇄된 장막 안에 갇혀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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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 중에 하나는 남북 분단의 고착화가 지속되면서 남과 북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의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 역시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주민들 얼굴과 체형 역시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생활양식, 사고방식, 가치관, 역사관 등등이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를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뤄내야만 하는 남북통일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불가능한 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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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불변의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하느님을 빼고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앞에 마음 모아 기도하면 불가능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절대로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던 베를린 장벽도 허물어졌습니다. 철벽같던 소비에트 연방의 높은 담도 세월 앞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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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가련한 우리 민족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더 달라지기 전에, 더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완전 서로 다른 이질적인 집단으로 고착되기 전에 하나 되는 은총을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을 위해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해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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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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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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