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6-21 조회수2,245 추천수15 반대(1)

컴퓨터 게임을 잘 못하지만 예전에 재미있게 했던 것이 있습니다. ‘페르시아 왕자입니다. 그것도 등급이 있는데 끝까지 가본 적이 없습니다. 3번째 등급까지는 쉽게 통과하는데 그 다음 단계에서는 늘 실패하곤 했습니다. 본당 청년들은 최고등급까지 가서 공주를 구해오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애니팡이라는 게임도 해보았습니다. 이것도 낮은 등급에서 놀다가 포기했습니다. 저는 손놀림을 잘 못하고, 게임을 하려는 열정과 자질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원 받을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께서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지상에 재물을 쌓아 두려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성공, 출세, 권력, 재물에 온통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하늘나라의 첫 번째 관문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첫 번째 관문은 비움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관문은 나눔이고, 세 번째 관문은 희생입니다. 이 정도의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더 높은 등급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것입니다.

 

한 자매님께서 35년 동안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그동안 그리신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된 그림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봉헌하기로 하셨습니다. 자매님의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셨기 때문입니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신의 몸과 같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자매님은 이미 좁은 문으로 들어가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요한복음 4장의 말씀을 많이 묵상하게 됩니다. ‘당신이 주는 물을 마시면 다시 목이 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에서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자연도태라는 진화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을 보면 다른 모습의 채식주의자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이들과 함께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편하고 안락한 길을 가기보다는 가시밭길일지라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면 기꺼이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들도 이미 좁은 문으로 들어가신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운동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내면의 깊은 목마름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도 넘어지지 않듯이, 샘이 깊은 물이 가뭄에도 마르지 않듯이 하느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남에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때로 물에 글을 쓸 수 없듯이, 우리의 선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거울에 먼지가 있거나, 흠결이 있으면 나의 웃는 얼굴이 제대로 비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나의 얼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울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나는 나의 할 도리를 다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해 주십시오.’ 온 우주와 하나가 되는 사람은 굳이 문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 자체가 이미 문이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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