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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묵상] 아주 특별한 책, 애가(哀歌)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6-06-25 조회수1,855 추천수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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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 애가(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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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권의 구약 성경 가운데 아주 특별한 책이 하나 있는데 애가(哀歌)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가 저자라고 전해지는 이 책 전체는 슬픔을, 특별히 애절한 죽음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히브리어로 애가(哀歌)의 이름이 어떻게입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죽으면 아이고 어떻게!” 하고 통곡하는 외침을 그대로 성경 이름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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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바빌론의 정복자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불태우고 성전을 파괴한 사건을 기억하기 위하여 단식하면서 애가를 노래합니다. 그들은 아직도 매 금요일 예루살렘의 폐허를 슬퍼하며 통곡의 벽앞 에서 애가를 부르면서 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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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저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내리신 처벌의 참혹함을 자세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때 다윗의 도성 시온은 아름다운 여왕과도 같았으나 이제 그 여왕이 팔려가는 종이 되었음을. 한 때 여왕은 거룩한 도성을 거닐며 찬미의 노래를 불렀으나 이제 원수의 발아래 짓밟혀 신음하고 있음을. 푸른 풀밭에서 마음껏 풀을 뜯던 양떼들은 거친 황야에서 목자마저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음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전들과 제단들은 산산이 허물어졌고 칼을 피해 살아남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굶어 죽어가고 있음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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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 백성이 파멸하고, 도시의 광장에서 아이들과 젖먹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 눈은 눈물로 멀어져가고, 내 속은 들끓으며, 내 애간장은 땅바닥에 쏟아지는구나.”(애가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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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 시인은 또 왜 하느님께서 시온을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처녀 시온은 처음에는 하느님만을 섬기고 그분께 의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초심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거짓된 우상을 숭배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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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시인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외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날카로운 칼로 강하게 내리치셨지만 이스라엘을 산산조각 내시지는 않았다고, 일말의 여지를 남기셨다고 알려줍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지은 죄악이 하늘의 별들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다 하더라도 용기를 내자고 힘을 내서 다시 한 번 자비하신 하느님께로 돌아서자고 간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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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인은 나라가 그 꼴이 된 가장 큰 원인제공자들은 바로 거짓예언자들과 사제들이라고 고발합니다. 이 시대 성직자 수도자로 살아가면서 참으로 가슴 섬뜩한 고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찌 그리 오늘 이 시대 상황과 비슷한 형국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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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인은 애가 마지막 구절에서 외칩니다. “주님, 저희를 당신께 되돌리소서, 저희가 돌아가오리다. 저희의 날들을 예전처럼 새롭게 하여 주소서.”(애가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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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서는 한 인간 존재가 하느님 앞에 드리는 처절하고도 절박한 비탄의 기도입니다. 저는 애가를 읽고 묵상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란 것이 뭐 대단한 것이 아니로구나.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힘들어죽겠을 때, ‘하느님 저 정말 힘들어 죽겠습니다! 저 좀 제발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것도 좋은 기도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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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픈 울음과 처절한 외침과 통곡으로 이루어진 애가가 구약성경 가운데 한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주님 현존 앞에 힘들다고 외치고, ‘주님 이거 정말 제게 너무하신 것 아니냐?’고 따지는 것 역시 필요한 영적 노력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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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 인생 안에 언제나 기쁨과 행복만이 존재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네 인생 곡선이 언제나 상승곡선만 그려가며 전도양양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근본적으로 결핍된 존재,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기에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행복은 불가능한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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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분명히 우리가 원치 않던 슬픔의 순간, 추락의 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때 애가의 저자처럼 기도해야겠습니다. 하느님 현존 앞에서 힘들면 힘들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며 기도해야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기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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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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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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