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13 조회수1,176 추천수14 반대(0)

지난 주일입니다. 레지오 단원들을 위한 그리스도론 강의를 하였습니다.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이야기하고,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을 풀이해 드리고,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마무리는 내 삶 안에서 드러나는 예수님의 사랑을 말씀드립니다. 고난과 시련을 걸림돌로 여기지 마시고, 영적인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여기자고 강의를 마치게 됩니다.

 

그날도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자매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23년 전에 저를 보셨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말이지만 자매님의 말씀은 제게 약간 뒷맛을 주었습니다. ‘신부님 예전에는 앳되고 젊으셨는데, 순수하고 멋있었는데, 지금 보니 많이 늙었네요.’ 같은 말이라고 해도 신부님, 지금 보니 훨씬 중후해 졌네요.’라고 하셨으면 제가 다음 강의를 더 힘차게 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자매님은 20년 전에 저를 보셨다고 합니다. 자매님도 제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부님 예전에는 얌전하셨는데, 지금 보니 말을 엄청 잘하네요.’ 제가 그렇게 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의 얌전한 모습이 사라졌네요.’라고 하신 것 같았습니다. 액자 속의 사진도 아니고, 사람이 23년이 지나면 이 정도는 변하기 마련이라 생각했습니다. 20년 시간이 지나면서 아직도 '얌전'한 사제로 있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

 

문득 식당의 화장실에 읽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럴 수가 있나!’라고 생각하면 매사가 짜증나고, 원망과 미움이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긍정적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니, 별 것도 아니었습니다. 23년 전 저의 순수한 모습을 기억해 주는 분이 있으니 좋은 일입니다. 얌전했던 모습을 기억해 주는 분이 있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옳은 것을 택하고, 그른 것을 버리면서 정해지는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옳은 것도, 그른 것도 모두 놓아 버릴 때, 마음의 평화가 오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재능과, 능력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제가 되고 나서,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였습니다. 어떤 선택은 참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선택은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대부분의 신자분들이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신부님께서 하신 결정이니 믿고 따르자!’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늘 최선, 최상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닙니다. 더러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그런 저의 선택을 믿고 따라주는 신자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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