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셨다. “씨 뿌리는 이가 씨를 뿌렸다.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 먹었다. 어떤 것들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돋아났지만, 해가 솟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마태 13,3-8 참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에 당신 말씀의 씨앗을 뿌리신다. 농사는 그 작물의 종류, 기후, 토지 등으로 짓는 방법이 다르지만, 하느님 농사법의 큰 특징이라면 땅을 차별하여 고르지 않고 어디든지 씨앗을 뿌리신다. 좋은 땅만을 골라 씨앗을 뿌리면 좋겠지만, 그분께서는 모든 이에게 같은 씨앗으로 모두를 당신구원에 초대하신다. 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여, 미리 제외해 버리는 것은 ‘사랑이신 당신 본질’과 맞지 않기에.

길가에 던져진 듯 고독한 모습, 돌밭처럼 암담하고, 가시덤불처럼 헝클어지는 것 등이 믿음의 삶에서 자주 만나는 고민거리다. 어찌 이것밖에? 피할 수 없는 게 쾌나 있을 게다. 문제는 극복이다. 인내 말고는 무엇이? 그러니 맡기자. 어차피 지나가기에. 믿음의 결실은 ‘하느님 만남’이다. 그분 만남을 어마어마한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성품이 훌륭하고 신앙심이 깊다 해서 죄에서 다 자유로운 건 아니다. 토양이 좋으면 곡식이 잘 자라지만, 잡초 또한 잘 자라리라. 김매기를 하지 않으면 온갖 잡초들이 때다싶어 무성하게 자랄게다. 이렇듯 착한 마음씨를 가진 이도, 죄의 유혹에 빠질 위험은 언제나 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이 함께하는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게다.

이렇게 하느님 농사법은 바로 인내와 기다림이다. 사랑하는 이는 늘 기다리리라. 씨 뿌린 이는 빨리 자라도록 절대 강제를 못하듯이, 사랑은 언제나 그가 다가오기를 바라고, 오해했던 것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변화된 내 모습을 봐주길 기다리는 거다. 사랑하는 이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어 잘라 내버리지 않는다.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모든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신다.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가 된 열매는 기쁜 마음으로 거두시지만, 돌밭에 떨어져 열매 맺지 못한 씨앗은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실 게다.

씨를 뿌리는 것은 땅에 생명을 심는 거다. 이 작은 생명의 씨앗이 열매를 맺으려면 햇볕과 비, 그리고 땅의 재질, 농부의 인내 등 많은 요소가 함께 작용을 해야 한다. 씨앗의 성장은 햇볕, 물과 양분을 필요로 한다. 하늘의 힘에 의지해서 자라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마음속의 씨앗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게다. 희망이라는 햇볕과, 기도라는 물과, 희생이라는 양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한 하느님의 기운이 있어야 자랄 수 있기에. 믿는 우리는 이런 자연의 이치와 하느님의 섭리를 늘 인정해야만 할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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