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21 조회수2,254 추천수13 반대(0)

고려 시대 시인이었던 정지상의 송인이라는 시를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꾸만 읽고, 쓰니까 그 뜻이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소리는 듣고, 그림은 보고, 사랑은 느낀다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경지에 이르면 소리를 보고, 그림을 느끼고, 사랑을 듣기도 합니다.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雨歇長提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비개인 긴 언덕에는 풀잎이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大洞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시를 읽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온 후, 더욱 푸르게 보이는 언덕이 그리움으로 남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추억을 가득 담고 흘러가는 대동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담아야 하는 애절함이 느껴집니다. 10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 편의 시는 여전히 진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보는 것과 듣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십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목안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삶입니다. 신호등을 보고 길을 건너는 것도 목안입니다. 옷에 묻은 흙을 보고 털어내는 것도 목안입니다.

지식으로 보는 것은 지안입니다. 경제의 흐름을 보는 것은 지안입니다. 시의 의미를 보는 것도 지안입니다. 판단, 분별, 식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보는 심안입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은 심안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도 심안입니다. 자신의 행동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도 심안입니다. 옳고 그름을 모두 놓아 버릴 수 있는 비움도 심안입니다.

하느님의 뜻으로 바라보는 것은 혜안입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함 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 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다미안 성인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시각과 청각 장애자였던 헬렌켈러‘3일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통해서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습니다.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 내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또한 얼마나 큰 기쁨인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것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별로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들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문제 해결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행복의 시작은 아닌 것입니다. 행복은 감사할 때, 기뻐할 때, 고마워 할 때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았습니다. 부제서품을 받으면, 사제서품을 받으면 고민은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본당 신부가 되면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교구청에 있으니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무엇이 되는 것이 행복이 아닙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감사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할 수 있다면, 아주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참 많습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내가 부족하기에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은인들을 보내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니 얼마나 든든한 일입니까? 많은 결점과 잘못이 있음에도 나를 믿고 기다려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작은 힘이지만 내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의 귀로 들으면 예수님 말씀의 의미를 이해 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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