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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23 토/ 인내와 사랑으로 서로를 품는 하느님의 정원사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22 조회수1,241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16주 토 마태 13,24-30(16.7.23)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30)




The parable of the weeds among the wheat





인내와 사랑으로 서로를 품는 하느님의 정원사

얼핏 보면 세상은 늘 악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악행과 불의 저지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은 당장 처벌해야 한다든가 이곳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신앙공동체에서도 어쩌다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 행동이나 미운 짓하는 이를 보면 참지 못하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서기 70-80년경 마태오가 복음을 쓰던 당시 유다계 그리스도교인들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들은 예루살렘의 함락으로 악의 권세에 짓눌리고, 바리사이들의 교란 책동으로 신앙 또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인과 악인들이 왜 섞여서 살아야 하며 악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오늘의 비유는 그에 대한 답입니다.

가라지의 비유에서 종들은 정의감에 불타 현세에서 서둘러 가라지 곧 악인을 가려내려 합니다(13,28). 그러나 악의 세력에 대한 선의 승리를 확신하는 주인은 수확 때까지 둘 다 자라게 놓아두라고 합니다(13,30).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악과 불의, 거짓과 부패와 위선을 당장 처벌하시지 않으시고 세상 끝날까지 인내하시며 회개할 기회를 주십니다.

우리는 선인들끼리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회든 신앙공동체든 악인과 선인이 함께 살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내 안에도 늘 선과 악이 공존하지 않습니까? 이런 실존적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것은 우리 손에 달린 일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죄로 기우는 경향과 나약성을 지녔기 때문이지요.

자기중심적인 행동방식과 사고방식은 강한 자기주장으로 표현되고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기 기준으로 다른 이를 판단하게 되고 바리사이들처럼 자신만은 의로운 사람처럼 처신하기도 합니다. 남의 눈에 티는 잘도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지요.

내 안의 무성한 가라지 밭을 방치한 채 ‘남의 가라지는 당장 뽑아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하느님 사랑의 질서를 이해 못한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판단하시고 마지막 날에 가려 심판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며 사랑은 항상 정의에 앞섭니다. 아무도 ‘다른 이를 뽑아버릴 권한’이 없으며, 모두 ‘하느님 정원의 잡초들’일 뿐입니다.

하느님 정원은 ‘추수할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는’ 하느님의 인내와 사랑이 가득 찬 곳입니다. 그 정원에는 남의 큰 잘못을 판단하지 않고 그분의 손에 맡기고 그것을 회복하도록 기다려주는 사랑, 상처를 받고도 미워하지 않는 관대함, 오해받고 멸시를 당하고도 끝까지 참으며 비난하지 않는 인내의 꽃이 피어납니다.

주님의 정원에는 자신에 대한 비난 앞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겸손, 남의 허물을 입에 담지 않는 넓은 마음, 타인의 좋은 점에 대해 시기하지 않는 열린 마음, 가진 것 없어도 기쁘게 하느님께 의탁하는 가난한 마음의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우리 각자는 이런 마음의 꽃이 가득한 하느님의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들이 되어야겠습니다.

우리 각자가 인간다운 아름다움과 존귀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주시고 악인들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주님의 선과 사랑에 감사드려야겠습니다. 나아가 자신을 찍어 내리는 도끼의 날에까지 향이 배이게 하는 백단향 나무처럼 서로를 뽑아버리기를 마다하고 서로에게 조건 없는 인내와 사랑의 향기를 뿌렸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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