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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순례 , 피의 잔 -인영균 끌레멘스신부님(스페인 라바날 델 까미노 성 베네딕도회)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25 조회수1,394 추천수3 반대(0) 신고

제1독서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4,7-15 

 

복음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20-28


 

 

 

성 야고보 사도 대축일(2016년 07월 25일) 순례, 피의 잔

어제 오후에 기쁜 소식을 전해받았습니다. 지난 06월 29일에 이곳에서 만났던, 두 다리가 불편하여 양쪽에 목발을 짚고 순례하는 영국 청년 ‘다니엘’이 바로 어제 산티아고 잘 도착했다는 소식과 사진을 받았습니다. 중간에 버스를 탔는지는 모르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의 3달이 걸려 사도의 무덤에 도착한 것입니다. 다니엘이 겪었던 고통은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아픔이 큰 만큼 산티아고에서 느낀 기쁨은 더 클 것입니다. 보내온 사진을 보면 햇살 아래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다니엘 얼굴에 빛나고 있습니다. 다니엘이 보내준 기쁜 소식은 사도 야고보 대축일에 받은 선물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오늘을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축일’로 지내...지만, 이곳 스페인에서는 ‘대축일’로 지냅니다. 성 야고보 사도는 ‘스페인의 수호자’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산티아고’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으로 대축일을 지냅니다.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순례지가 세 곳 있습니다. 주님이 사셨던 예루살렘, 사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를 비롯하여 수많은 순교자들의 도시 로마, 그리고 스페인 산티아고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방법인 직접 걸어서 순례하는 곳은 산티아고가 유일합니다. 요즘도 산티아고 순례를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순례길 곳곳에는 순례를 하다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간 분들을 기억하는 표지석들이 있습니다.

순례 여정을 걷다보면 우리 삶에서 부차적인 것들은, 지나갈 것들은, 불필요한 것들은 다 사라집니다. 오직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습니다. 야고보 사도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자신의 뻐조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도 그 자신이 순교를 통해 전해주고자 했던 본질적인 것입니다. 바로 예수님입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을 내어주셨고 섬기러 오신 주님입니다.

사실 야고보 사도는 우리처럼 지나갈 것들에 목숨을 건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동생 요한과 더불어 영광의 나라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심과 허영심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이었습니다(마태 20,21). 소위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체험하고 목숨을 바쳐 주님이 가신 삶을 그대로 살았습니다. 바로 예수님이 마셨던 ‘피의 잔’을 사도 자신도 제일 먼저 마신 것입니다.

늘 우리의 순례 여정 앞에는 ‘영광의 잔’과 ‘피의 잔’이 놓여 있습니다. 어느 잔을 마시겠습니까? 주님이 드신 잔을 생각해보면 어느 잔이 진정 주님의 잔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마태 20,22).

스페인 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에서
인영균 끌레멘스 수사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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