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8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7-31 조회수3,851 추천수10 반대(0)

창문을 열면 들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매미의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짝을 찾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소리가 조금 크지만 매미의 삶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매미는 땅 속에서 길게는 17년을 지낸다고 합니다. 어두운 땅 속에서 17년을 지냈으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무척 많았을 것입니다. 어른이 된 매미는 이제 한여름 밤의 꿈을 꾸고 삶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옛 선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

어즈버, 태명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짧은 생을 살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재물, 명예, 권력이라는 욕망의 불꽃입니다. 그 불꽃은 화려해 보이지만 너무 가까이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제1독서는 그런 것들이 모두 헛된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잘나가는 검사가 재물에 대한 집착 때문에 넘어지는 것을 봅니다. 많은 박수를 받던 연예인이 욕망을 조절하지 못해서 추락하는 것을 봅니다. 권력을 놓고 싶지 않아서 양심을 속이고, 사람을 배신하는 것을 봅니다. 그 끝은 초라할 뿐입니다.

 

예전에 부고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가끔씩 신문에 나는 부고를 보면서 시인이 느낌을 적었습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는 사람,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람, 아직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드는 꽃처럼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습은 다들 비슷합니다. 눈도 뜨지 못하고, 가녀린 모습으로 누군가가 돌봐주지 않으면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나는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하늘이 주신 수명을 다하고, 가족들의 기도를 받으며, 긴 투병생활 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우리들의 바램입니다.

 

시인은 세상을 떠나는 것을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교하면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노환으로 정해진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은 정시모집이라 하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것은 특채라고 하였습니다. 사고로 여러 사람이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것은 수시모집이라고 하였습니다. 전쟁과 같은 재난으로 대규모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공채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하느님나라로 들어갈 것입니다. 세상에서의 취직은 필요한 것이 많습니다. ‘자격증, 외국어, 좋은 학력, 업무처리 능력등이 있어야 합니다. 재물이 많다는 것은 세상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편안하게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나라는 삶의 기준이 다를 것 같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 세상에서의 기준은 하느님나라에서는 필요 없다고 말을 합니다. ‘재능, 능력, 재물, 명예, 권세와 같은 것들이 하느님나라에서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헛되고 헛되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 것들은 썩은 동아줄과 같아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춘천교구 소속인 동창신부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포천 가기 전에 송우리라는 동네가 있습니다. 동창신부가 그쪽 지역 본당신부로 가게 되었습니다. 20년간 신자들은 정성껏 성전 신축기금을 모았습니다. 필요한 돈은 30억인데, 모은 돈은 10억이었다고 합니다. 부족한 돈을 구하기 위해서 방법을 찾던 중에 본당 신자들이 교우 중에 한분을 소개하였습니다. 그분은 70대 노인이신데, 자녀가 없이 부부가 함께 산다고 하였습니다. 그 형제님은 그 동네에서는 재력이 상당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신부님께서 한번 만나시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그 형제님을 찾아갔습니다. 집은 오래되어서 낡았고, 차도 없어서 자매님께서 병원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신부님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고, 혹 여유가 있으시면 성전 신축을 위해서 도움을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신부님이 예상한대로 형제님은 돈이 없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후에 형제님께서 신부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작은 봉투를 드리면서 성전신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사제관에 와서 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은 크게 놀랐다고 합니다. 성전신축에 필요한 나머지 금액인 20억 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창신부님은 나중에 성전신축이 다 되면 그 형제님을 위해서 감사패를 드리겠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평생 검소하게 사신 형제님은 이제 자신이 가진 재물을 써야할 때를 찾았고, 아무 주저함 없이 기꺼이 성전신축을 위해서 봉헌하였습니다. 형제님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하늘에 재화를 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썩어 없어질 재물을 얻기 위해서 사랑도, 우정도 배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친구에게 누명을 씌우기도 합니다. 자신은 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구의 작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서 친구를 감옥으로 보내기도 합니다. 욕심 때문에 평생 헌신해 온 아내를 헌신짝처럼 내 팽개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소설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KTX'가 막 운행을 했을 때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부산으로 가는 열차를 탔습니다. 그런데 검표원이 오면서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이 열차는 광주로 가는 열차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차를 잘못 탄 것으로 알고 모두 내리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승객 중에 한명이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부산가는 표를 샀고, 이 열차는 부산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검표원이 열차를 잘못 타신 것은 아닙니까? 그러자 검표원이 자신이 기차를 잘못 탄 것을 알았습니다. 검표원은 광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는데 그만 부산으로 가는 기차를 탄 것입니다. 결국 기차에서 내려야 할 사람은 검표원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나라를 향하는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누가 와서 우리를 유혹하고, 내리라고 해도 우리의 자리를 굳게 지켜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숭배입니다. 여러분은 옛 인간을 그 행실과 함께 버리고, 새 인간을 입은 사람입니다.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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