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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06 조회수1,997 추천수9 반대(0)

고모님의 팔순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 고향엘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서 꼭 가시고 싶어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의 운동장이 크게 보인 것처럼, 고향의 어르신들은 높은 산과 깊은 바다와 같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고, 이제는 몇 분 남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래서 더욱 가고 싶어 하셨는지 모릅니다.

 

고향에서 사촌들을 만났습니다. 일찍 서울로 올라온 저는 고향에 대한 추억이 많지는 않습니다. 어린 시절 함께했던 사촌들도 이제는 모두 50대가 되었습니다. 모두들 중년의 넉넉함이 보였고, 흐르는 시간 앞에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어떤 이는 저처럼 사제가 되었고, 어떤 이는 작은 사업을 하고 있고, 어떤 이는 선생님이 되었고, 어떤 이는 삶의 풍파를 겪었고, 어떤 이는 몸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예전 어르신들 보다는 풍요롭고, 넉넉한 삶을 사는데, 예전 어르신들보다 마음의 여유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같은 신앙 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생로병사, 흥망성쇠, 희로애락은 살아있는 이들에게는 모두 찾아오는 것입니다. 어찌 우리가 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성입니다. 연어가 넓은 바다로 나갔다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듯이, 우리는 하느님께로 왔으니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함을 알아야합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욕심, 욕망, 이기심 때문에 추하게 변하는 것을 봅니다. 법을 집행하고, 법의 이름으로 변호하고, 법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축일입니다. 암행어사가 비록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몸속에는 임금의 명을 수행하는 마패를 가지고 다니듯이 예수님께서도 사람이 되시어 신적인 권능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오늘 거룩한 변모를 통해서 하느님께로부터 오셨음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은 제자들에게는 희망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제자들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늘 제자들에게 먼저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제자들은 선생님의 모습을 따라하면서 어느덧 성장 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스승은 제자들의 현재의 모습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비록 지금은 보잘 것 없고, 초라할지라도 그들 안에 있는 가능성을 키워주십니다. 그런 스승이 참다운 스승입니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것을 믿고, 사랑의 물을 준다면, 나눔의 거름을 준다면, 믿음의 빛을 비추어 준다면 그들은 변화될 것입니다. 그들 안에 있는 불신, 분노, 미움의 잡초를 뽑아준다면 그들은 모두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 될 것입니다.

 

빛나는 구름 속에서 성령이 나타나시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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