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요한15,5. 9) 바오로 사도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2코린 4,18)라고 말합니다.

우리 눈은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매우 중요한 감각기관입니다. 그런데 눈길에는 우리 마음과 갈망, 삶의 지향과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어디에 눈길이 머무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의 고귀한 가치를 온전히 깨달았던 분이 바로 아씨시의 클라라 성녀입니다.

성녀 클라라는 극단적인 가난을 통하여 사랑으로 주님을 관상하였습니다. 그녀의 관상의 대상과 목적은 참 사람이시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이신 그리스도, 특히 우리의 길이 되신 가난하시고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우리 사랑 때문에 죽으셨다가 부활하시어 영광스럽게 군림하시는 영광의 왕이신 그분이었습니다.

성녀는 프라하의 성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들에서 거울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형상화시켜 관조합니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다보는 여백입니다. 그녀는 성녀 아녜스에게 “그대의 마음을 영원의 거울 앞에 놓으십시오”라고 권고하면서 세 단계로 이루어진 관상의 길을 소개합니다.

첫째 단계는 주 예수님을 바라보고 숙고하고 관상하는 것입니다. 성녀는 예수님을 애정과 주의를 기울여, 그리고 감탄의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녀는 권고합니다. "그대의 구원을 위하여 사람 중에 가장 비천한 사람이 되셨고, 멸시를 받았으며, 얻어맞고, 온몸에 수없이 매를 맞아 십자가의 참혹한 고뇌 중에 돌아가신 그대의 정배를 닮으려는 열망으로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고, 관상하십시오.”(편지 2,20)

다음 단계는 그분 안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영광의 광채요 영원한 빛의 반사이며 티 없는 거울이시니,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요 오, 왕후이신 자매여, 이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시고, 그대 얼굴을 그 거울에 자주 비춰 보십시오.”(편지 4,14-17)

마지막 단계는 하느님의 모습 안에서 자신의 전 존재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성녀는 권고합니다. "그대의 마음을 영원의 거울 앞에 두십시오. 그대의 영혼을 영광의 광채 속에 두십시오. 그대의 마음을 신적 실체의 형상 가운데 두고, 그대의 전 존재를 관상을 통하여 하느님의 모습 안에서 변화시키십시오.”(편지 3,12-13)

성녀 클라라는 이렇게 영혼의 거울이신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 거울에 비추어 끊임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숙고하며, 자신의 전 인격을 변형시키는 관상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성녀는 가난하신 예수그리스도께 집중함으로써 풍성한 열매를 맺었으며,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렀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넘어지고, 부서지고, 죄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성녀처럼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오시어 우리를 위한 사랑 때문에 죽으신 예수님을 관상함으로써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러야겠습니다. 세상적인 것들에 쏠려있는 눈길을 거두어 성녀 클라라와 더불어 '영원의 거울' 앞에 나를 두고, 사랑 안에 머물러 나를 바라보며, 사랑으로 변모되길 간절히 청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