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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12 조회수1,593 추천수9 반대(0)

어린 시절에 아버님으로부터 바둑과 장기를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아버님께 이길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러 이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부러 져 주시는 경우도 있으셨고, 저의 실력이 늘었기 때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가족들이 아침기도, 저녁기도를 함께 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기일을 맞이하는 조상들을 위해서 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 가정이 학교이고, 가정이 놀이터이고, 가정이 교회였습니다.

 

장기와 바둑은 두뇌게임이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장기는 왕을 중심으로 각자의 위치와 권한이 있습니다. 장기는 각각의 이름이 있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차, 상대방을 넘어갈 수 있는 포, 두 칸을 움직이는 마, 세 칸을 움직이는 상, 한 칸을 움직이는 졸이 있습니다. 왕의 주변에서 왕을 지키는 사도 있습니다. 장기는 각자의 권한과 능력을 존중하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권한과 능력도 왕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왕을 위해서라면 큰 권한이 있는 차도 졸 앞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최근까지 인류가 유지한 사회체제이기도 합니다.

 

바둑은 권한과 능력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저 이라는 이름으로 모두가 평등합니다. 당연히 직책이나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둑의 목적은 집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상대방보다 한 집이라도 많으면 승리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돌로 움직이는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척 많습니다. 인류가 그동안 바둑을 두었지만 같은 바둑을 둔 경우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바둑은 자유와 다양성을 배우는 게임입니다. 바둑은 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게임입니다. 인류가 최근에 이룩한 민주주의라는 사회체제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아버님께서는 어쩌면 바둑과 장기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세상을 알려주신 것 같습니다. 각자가 지닌 능력과 재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힘은 기도에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화목한 가정은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세상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먼저 몸을 수양하고, 가정을 돌보라는 뜻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을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자비를 베풀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잘 돌보아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과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다른 신들을 섬기곤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도록 기다려 주시고 용서를 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혼인에 대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혼인은 하느님 앞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혼인의 약속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관계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관계입니까! 예수님은 나를 따르려면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첫째, 혈연관계보다 예수님을 더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도, 사제나 수도자의 삶은 사는 것도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먼저 생각하고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둘째,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지배하고 소유하려고 한다면 가정을 이루는 것도, 독신으로 사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남을 탓하고 원망하는 삶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셋째,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버릴 수 있는 무소유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이 있습니다. 몇 년 째 듣지 않는 음반도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포기하지 못하는데 주님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을 버릴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리스도와 일치하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혼인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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