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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14.내가 세상에~ 오히려 분열을 ~- 파주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도회 이영근 아오스딩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14 조회수1,189 추천수0 반대(0) 신고

 

 

연중 20 주일(루카 12,49-53)

 

    연중 20 주일입니다. 연일 고열을 뿜어대는 이 무더위 속에서 우리의 몸과 목은 타들어 가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 강렬하게 타오르는 말씀의 불길이 우리의 영혼을 태웁니다.

 

    오늘 <말씀의 전례>를 우리의 영혼을 태우는 뜨거운 불입니다.

    <1독서>는 예언자 예레미야가 대신들의 요청으로 죽음의 저수동굴에 던져져 박해받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예언자의 길은 참으로 고달픕니다. 왜냐하면 예언자는 기존의 질서와 평화를 깨뜨리고 백성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는 자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썩은 세상일수록 진리와 정의를 더 강하게 외면하고 박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바로 오늘 복음과 연결됩니다.

 

    <2독서>우리가 달려야 할 길”(히브 12,2)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버리는”(히브 12,1) 일이요, 또 한편으로는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는”(히브 12,2) 일입니다. 바로 이 말씀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는 믿음의 영도자요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불을 지르십니다. 오늘도 이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루카 12,49) 하시며, 열절한 마음으로 저희에게도 불을 지피십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에 제자들 가슴을 뜨겁게 한 이 불은 성령에 의해서 타오르는 말씀의 불혀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교회 안이나 밖이나, 이 불을 싫어하는 이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이미 가진 기득권으로 빛을 짓누르고 공격합니다. 불의와 거짓은 물러가기보다 오히려 불을 꺼버리려 온갖 술수를 부리기 일수 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자신들의 어둠을 감추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예언자는 더더욱 박해받게 되고 맙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루카 12,50)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물세례로 전도활동을 시작하시어, 십자가에서 피 세례로 전도활동을 완성하셨습니다. 이 세례를 통하여, 우리의 죄를 씻으시고,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셨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루카 12,50) 라고 하시며, 저희에게 피의 세례를 베푸십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타올라야 할 이 성령의 불과 우리가 받아야 할 이 피의 세례는 하나의 큰 도전입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들이나 딸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결코 갈 수 없는 도전입니다. 결코 양다리를 걸칠 수도 두 주인을 섬길 수도 없는, 자신의 목숨마저 내 걸어야하는 도전입니다.

    그것은 불에 어둠과 거짓을 사르고, 자신을 분열시켜야 하는 일입니다. 모순과 부조리, 불의와 거짓을 진실 되게 마주하고 세상과 맞서야만 하는 일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분열 속에서, 빛과 어둠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루카 12,51)

 

    분명, 예수님께서는 평화의 왕일진데, 어찌하여 분열을 일으키실까요? 그것은 파괴를 위한 분열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분열인 까닭입니다. 우리의 안주와 이기심과, 세상의 불의와 부정과의 분열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의 이기심과 일치를 이룰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세상의 불의와 일치를 이룰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속셈과 생각을 갈라냅니다.”(히브 4,12)

 

    그렇습니다. 오늘도 말씀의 불은 우리를 갈라놓고 분열시킵니다. 오늘도 세례는 우리를 죽음으로부터 분열시킵니다. 그것은 우리를 당신과 일치시키기 위하심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흔히 분열을 회피하려 하지만, 분열은 회피하고 덮어버려야 할 그 무엇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안에 벌어지는 분열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로 그 분열을 통하여, 우리 주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분열이 없는 듯 보여도, 사실은 거짓된 평화 속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분열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분열 안에서 빛과 어둠을 보는 눈이 중요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분열은 어둠으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빛으로부터 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카오스 위에 머무르는 영을 만나야 할 것입니다. <창세기> 12절의 말씀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위를 감돌고 있었다.”(창세 1,2)

 

    그렇습니다. 우리는 카오스 속에서 빛과 어둠을 보아야 합니다. 분열이 없는 것이 평화인 것이 아니라, 정의가 이루어진 것이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화의 왕이신 당신께서는 오늘도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십니다.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금은보석의 선물더미가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주님! 이 칼의 불꽃이 우리 안에 활활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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