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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주님의 집은 그분의 발바닥이 놓이는 자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19 조회수1,116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6년 다해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 주님의 영광이 주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


독서:에제키엘 43,1-7ㄷ




하느님의 아들이며 말씀이신 그리스도


(1540-1550), 모스크바 크레믈린 Cathedral of the Sleeper


수능을 망친 딸에게 엄마가 이렇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너의 세 번째 수능이 끝났구나. 수능 날 축 처진 어깨로 들어온 딸의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구나.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대학의 문턱에서 성공보다 실패와 좌절감을 먼저 알아버린 우리 딸이 너무 안쓰럽고 가엽구나. 저녁도 먹지 않은 채 밤새도록 흐느껴 울 때 엄마도 방 너머에서 같이 울었다. 몇 번이고 방문을 열고 보듬어 주고 싶었지만 참고 또 참았단다. 사랑하는 우리 딸 엄마 아빠는 네가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좋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너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 줄 생각이야. 재수하고 삼수한 지난 2년간의 시간이 언젠가는 너에게 멋진 경험이 되리라고 믿는다. 너는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야. 그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뿐이란다. 우리 딸이 대학가면 등록금 하려고 엄마 아빠가 모아둔 돈이 있는데 딸이 원한다면 이 돈으로 여행을 보내주고 싶구나.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느낄 것도 많이 있단다. 너의 식견을 넓혀주고 싶구나. 언제든지 말하려무나, 언제든지. 오늘은 언제쯤 집에 올 거니? 웃으면서 우리 사랑하는 딸을 맞이하고 싶네.

-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

 

어쩌면 부모로서 당연히 그렇게 보내야만 하는 문자지만 현 시대엔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그 문자 사진과 함께 전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1등만 강요하는 엄마에게 질려서 엄마 됐지!’라고 1등 성적표에 적어놓고 자살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발판이 되어주고 거름이 되어 주는 사람이지 자신의 발판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나 자신을 이용하고 명령하기보다는 자기의 발판이 되어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도 그럴진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저는 가끔 성화 중에 하느님께서 아기 천사들의 머리를 밟고 앉아 계신 모습들을 보며 천사들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천사들을 기껏 만드셔서 당신 발판으로 사용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독서를 읽어보니 그런 발판으로 쓰이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동쪽으로부터 하느님의 영광이 큰물이 밀려오는 소리와 함께 성전 쪽으로 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동쪽은 태양을 상징하고 하느님의 자리를 상징합니다. 인간이 동쪽으로 간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의미로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에덴 동쪽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는 의미는 그가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과달루페 성모님은 1531년 멕시코에서 발현하셨고 그 모습을 후안 디에고의 망토에 새겨 넣어 주셨는데, 당신의 머리는 태양을 향해 23.5도 기울어져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향해 23.5도 기울어져 있지 않으면 지구상에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구는 태양을 의존해야 하는 존재이고 태양의 빛이 도달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별입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주님의 자리에 앉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독서에서 주님께서는 동쪽으로부터 오셔서 성전에 자리를 잡게 되시는데, “이곳은 내 어좌의 자리, 내 발바닥이 놓이는 자리다라고 하십니다. 이는 라자로의 동생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을 향유로 바르고 그의 머리로 닦아 드리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기름은 성령을 상징하는데 그 기름은 예수님의 다리로 흘러서 우리 머리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런 겸손과 순종의 정신이 없다면 우리는 그분의 성전이 될 수 없습니다. 순종은 라틴어로 ‘sub-missio’라고 하는데 자신을 밑에 놓는다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성전이 되기 위해서는 그분의 발밑에 우리의 머리가 놓여있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높이시기 위해 우리 발판이 되셔서 우리 죄로 짓밟힘을 당하셨습니다. 이제 그분이 우리 왕이 되시게 하기 위해 발판이 되어드립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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