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하늘 나라를 여행을 떠나며 자기 재산을 종들에게 맡기는 사람에 비유합니다. 예수님 당대에는 이방인 부자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물건의 판매와 부동산 투자, 대금업자들에게 돈을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인은 종들을 믿고 엄청나게 큰돈을 그들에게 맡깁니다.

부자는 대금업자에게 맡게 쉽게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음에도 거액을 종들에게 맡깁니다. 그들에게 맡겨진 엄청난 액수의 돈은 주인이신 하느님의 신뢰와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가리킵니다. 그뿐 아니라 ‘각자의 능력’을 고려하여 맡기는(25,15) 속 깊은 사랑이 배어있습니다.

첫 번째 종과 두 번째 종은 자기에게 맡겨진 재산으로 큰 수익을 거둡니다. 주인은 그들에게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25,21.23) 하고 말합니다. 주인의 일에 성실한 종을 축복한 것입니다.

한편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주인을 모진 사람이라 생각하고 두려워하여 땅속에 그 돈을 숨겨뒀다가 그대로 되돌립니다(25,18). 주인은 게으른 종을 꾸짖으시고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25,29)이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비추어 나를 성찰해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께 속한 주님의 제자들임에도 세속적인 환상과 망각 속에 묻혀 살 때가 있습니다. 세례를 받았으니 적당히 신앙생활하면 주님께서 보호해주시고 복을 내려주시겠지 하는 환상에 빠지는 것이지요. 수도서원을 통한 축성의 신분은 더 큰 은총 속에 산다는 헛된 자족감에 속기도 합니다.

그런 환상은 주님의 음성을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스스로 좋은 평가를 내리는 안일함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영성생활의 성숙도도 신앙인으로서의 현주소도 자기 기준에 따라 ‘의도적 합리화’를 계속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탈렌트는 일차적으로는 ‘사랑의 능력’이요, 사랑을 위한 능력이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이웃과 친교를 나누며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무엇을 더 많이 얻고 늘리고, 세상적인 힘을 키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주님의 눈에는 큰일도 작은 일일 수 있으니 전혀 다른 기준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주님께서 주신 이런 능력을 주셨음에 감사드리며 그 능력의 크기에 관계없이 주어진 만큼의 능력을 기쁘고 성실하게 나누고 되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능력은 더 사랑하고, 더 나누고, 더 희생함으로써 커갑니다. 우리 눈에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수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피조물인 우리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은 사랑을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악을 조장하고 자신의 탐욕을 위해 사용할 것이 아니라 좋은 일, 옳은 일을 위해 써야 합니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써야 할 것입니다. 더 사랑할 때 더 사랑할 수 있는 탈렌트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를 믿고 각자의 능력과 처지를 고려하시며 엄청난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그 사랑의 선물, 은총의 선물을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여 관리함으로써 사랑을 키워가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게으른 종이 되어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수치를 당해서는 안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