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2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28 조회수1,800 추천수10 반대(0)

중국 상해를 다녀왔습니다. 상해에서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첫 번째 사제이신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첫 미사를 집전하신 헝탕성당입니다. 저는 2056번째 사제입니다.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뜨거운 신앙과,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 제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목숨을 바치는 순교가 있었기에 오늘 한국 교회가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새삼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감사를 드렸고, 성인의 삶을 충실히 따르고자 다짐을 했습니다.

상해 임시 정부가 있었던 건물입니다. 3층의 작은 건물이었지만 그곳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헌신하였고,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행복은 먼 타국에서 조국을 사랑하며 모든 것을 바치셨던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품 25년을 기억하면서 저는 제가 그동안 쓴 글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책을 신청해 주셨습니다. 부족한 저의 글이 도움이 되셨다는 글도 보내 주셨습니다. 다른 동창 신부는 본당 교우들을 위해서 신학생, 수녀님, 보좌신부님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해 준 동창 신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동창신부님은 세월호 유족들을 위한 단식에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해서 따뜻한 손길을 내밀던 동창 신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삶을 보여준 분들이 있습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라고 하셨던 꽃동네의 오 웅진 신부님이 있습니다. 신부님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 헐벗고 외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그분들은 되갚을 여력도, 능력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을 통하여 놀라운 일들을 해 주셨습니다. 신앙은 오직 나눌 때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진실입니다.

노숙자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선배 신부님이 있습니다. 신부님께서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봉사하는 분들이 있고, 물적인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랑은 관념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결단이고, 사랑은 실천이며, 사랑은 생활입니다.

 

매일 교구청에서 식사를 합니다.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자리를 배정합니다. 아침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식사를 하지만, 점심과 저녁에는 자리가 조금씩 변경됩니다. 교구장님께서 외식을 하시면 그 자리에 총대리 주교님께서 앉습니다. 주교님들이 외식을 하시면 홍보국장 신부님이 앉습니다. 홍보국장 신부님께서 외식을 하시면 그 자리에 사무처장 신부님께서 앉습니다. 사무처장 신부님께서 외식을 하시면 그 자리에 관리국장 신부님께서 앉습니다. 처음에 저는 그런 순서를 잘 몰랐습니다. 무심코 앉았다가, 제 자리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잔치에 초대 받거든 가장 낮은 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하나둘 생기는 하얀 머리카락이 신경 쓰여서 염색을 하기도 합니다. 당뇨와 혈압이 있다고 약을 챙겨 먹기도 합니다. 피부에 작은 점이 있어도 신경을 쓰곤 합니다. 몸을 위해서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등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는 우리들의 마음도 챙겨야 합니다. 과연 나의 마음이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요즘 외롭지는 않은지, 원망과 미움으로 상처를 입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의 몸과 마음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습니다. 1독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얘야, 네 일을 온유하게 처리하여라. 그러면 선물하는 사람보다 네가 더 사랑을 받으리라.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들판의 곡식들은 이제 곧 알찬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나의 삶이, 알찬 신앙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겸손과 온유의 거름을 듬뿍 주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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