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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29 조회수2,141 추천수10 반대(0)

저는 발의 크기가 작은 편입니다. 신발을 살 때면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보통 남성용은 250이 가장 작은 사이즈입니다. 저는 그보다 작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사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피정의 집에서 슬리퍼를 신게 되었습니다. 봉사자께서 저를 위해서 슬리퍼를 준비해 주셨는데 제게는 큰 사이즈였습니다. 계단을 오르는데 불편했습니다. 나중에 작은 사이즈로 바꿔 신었더니, 편했습니다. 욕심 때문에, 교만 때문에, 근심 때문에, 걱정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지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세례자 요한의 수난 기념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보다 앞서 회개의 세례를 주었고, 주님의 길을 준비했던 분입니다. 성서를 통해서 보면 세례자 요한의 인품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하고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지극히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원의 역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이렇게 칭찬을 하였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이들 중에 세례자 요한 보다 더 큰 사람은 없습니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 밑거름을 주기 마련입니다. 거름은 땅과 함께 섞여서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분이 되어 줍니다. 지금 우리는 풍요로운 세상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풍요와 안정을 위해서 밑거름이 되신 분들이 있습니다. 사막의 모래 바람을 맞으며 일했던 중동의 근로자들이 있었습니다. 독일의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있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하였던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군사 독재의 폭력에 맞서서 투쟁하였던 투사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때로 디딤돌이 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가정과 이웃을 위해서 밑거름이 되는 것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교회는 수많은 디딤돌과 밑거름이 있었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고 있는 세례자 요한의 수난도 우리는 한 개인의 억울한 죽음으로 보기 보다는 하느님께서 이루고하 하는 구원의 역사로 보기도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수난은 바로 예수님의 수난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건강하고, 부유하고, 오래 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위해서라면 질병도, 가난도, 단명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많은 순교자들은 바로 그런 길을 걸어갔습니다. 많은 성인들은 바로 그러한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고통과 수난 중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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