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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02 조회수2,282 추천수13 반대(0)

비가 오는 수요일이었습니다. 광화문엘 다녀왔습니다. 사랑하는 동창 신부가 단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하는 단식에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동창들은 은경축이라고 축하를 받기도 하고, 선물을 받기도 하는데, 동창은 누군가를 위해서 단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단식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게 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언론에 보도가 되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해야만 될 것 같다는 친구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야당의 당 대표가 다녀갔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단식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회적인 의미에서 단식은 자신의 뜻을 전하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암울한 시절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식을 통해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인 약자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저항의 수단이었습니다. 구호를 외치는 것도 아니고, 힘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지만 단식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단식은 자신을 돌아보고,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정화의 시간입니다. 주님의 수난을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주님의 죽음을 기억하는 성 금요일에 교회는 단식을 권하고 있습니다. 식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입니다. 그런 욕구를 절제하면서 내면의 소리를 듣고,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는 것이 단식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교회는 2000년 역사를 거치면서 교회 내부와 외부에서 거센 도전을 받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적이 있었고, 세상의 가치와 세상의 기준으로 교회가 흘러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교회는 내부에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것은 깊은 산중에서 기도하던 수도자들의 힘이었습니다. 수도자들로부터 기도의 바람이 불었고, 영성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아빌라의 데레사, 로욜라의 이냐시오와 같은 성인들은 정체된 교회, 꽉 막힌 교회에 기도의 바람이 불게 하였습니다. 가난과 비움의 영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교회는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도전은 교회의 외부에서 올 때도 많았습니다. 신 중심적인 철학과 사상은 인간 중심적인 철학과 사상으로 변화되었으며,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은 인간의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었습니다. 의학과 생명 공학의 발전은 평균수명을 길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교회에서 위로와 희망을 보기 보다는 과학과 인간의 이성에 만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럽의 교회와 중, 남미의 교회는 거센 계몽주의와 인본주의 태풍 앞에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해도, 기술이 발전해도, 편리한 세상이 왔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고독하였고, 죽음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와 공존의 세상이 올 것 같았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고, 상대적인 가난의 벽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교회는 자아를 잃어버리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지난 50년 전에 있었던 2차 바티칸 공의회입니다.

 

개혁의 바람, 영성의 바람, 성령의 바람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였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사람은 묵은 것이 좋다.’고 말한다.”

 

우리 몸의 피는 흘러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피가 흘러야 합니다. 기도의 바람, 영성의 바람, 나눔의 바람은 불어야 합니다. 그것이 새 가죽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살아있는 돌이 되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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