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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3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04 조회수1,516 추천수13 반대(0)

오늘은 9월의 첫째 주일입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순교자라는 말은 무엇입니까? 가톨릭 용어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란 죽은 자의 뒤를 이어 10일 이내에 따라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순교란 자신이 신봉하는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 바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전에는 이를 치명(致命)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준 믿음, 즉 신앙의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생명을 내놓은 사람을 말합니다. ‘순교자 성월은 세상 사람들이 보면 어리석은 삶을 살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순교자란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살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다가 박해를 받고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 바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순교자 성월을 지내는 것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선조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의 뜨거운 신앙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또한 굳센 믿음으로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교구청 식당의 게시판에는 병원에 계신 신부님들의 명단이 붙어있습니다. 10년 이상 병상에 누워계신 신부님, 투석을 해야 하는 신부님, 암 치료를 받으시는 신부님, 골절로 입원하신 신부님이 계십니다. 요양 중이신 신부님도 계십니다. 신자들과 함께 사목의 현장에 계시면 좋겠지만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아픔과 고통의 바람에 흔들리시는 신부님들도 계십니다. 투병 중에 있는 신부님들이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요양 중에 있는 신부님들이 다시금 신자들과 함께 사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유행성 출혈열에 걸려서 보름간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열병 때문에 잘 먹지도 못했고, 얼굴도 부었었고, 중환자실에서 지낸 적이 있습니다. 다리의 골절 때문에 수술을 하기도 했고, 목발에 의지해서 걷기도 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그런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건강이 더욱 감사하고, 고마운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만 하신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3번이나 넘어지셨습니다.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외칠 정도로 고통이 크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님께서는 위로를 받으셨습니다. 예수님 대신 십자가를 지고 갔던 키레네 사람 시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주었던 베로니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던 빌라도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두려움과 근심 때문에 도망갔던 제자들의 모습은 아니었는지요?

 

오늘의 성서말씀은 우리가 참으로 따라야 할 가치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나설 때 꼭 갖추어야 할 것들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세상의 것과 하느님이 것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는 참된 지혜는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것입니다.

셋째는 십자가의 삶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의 십자가를 생각하였습니다. 1997년도 IMF 당시에 형은 사업에 실패를 하였고, 그 때부터 제가 부모님을 위한 집을 마련하고 생활비와 병원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십자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십자가가 아니고, 당연한 도리이며, 축복이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십자가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합니다. “그대는 그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하는 형제로 돌려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나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형제라면, 그대에게는 인간적으로 보나 주님 안에서 보나 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그대가 나를 동지로 여긴다면, 나를 맞아들이듯이 그를 맞아들여 주십시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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