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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5 월/ 의도적 합리화의 틀에서 벗어나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04 조회수1,633 추천수8 반대(0) 신고




연중 23주 월 루카 6,6-11(16.9.5)

“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루카 6,7)




A Man with a Withered Hand





의도적 합리화의 틀에서 벗어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향한 여정을 계속하시면서 적대자들의 반대와 저항은 점점 더 거세어져 갑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셨습니다. 그분을 고발할 구실을 찾고 있던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6,7).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알아차리시고 손이 오그라든 이에게 ‘일어나 가운데에 서라’ 하시며(6,7), 하느님의 존엄한 피조물인 인간이야말로 인간의 중심임을 가르치십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6,9) 그런 다음 고쳐주셨습니다.

사실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은 금지된 노동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생명이 위독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고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는 것이 꼭 안식일에 고쳐야 할 정도로 위급한 병이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율법의 정신을 망각한 채 문자에 갇힌 오그라든 마음을 지닌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관점에서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에서는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해방시켜주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오그라들어 경직된 사고의 틀과 규범의 절대화라는 문제 외에도 ‘의도적 합리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의도적 합리화’란 무의식에 있는 동기와 바램, 두려움이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선택받은 자신들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갇혀 다른 이들이 구원받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니 자기중심적 사고와 배타적 관점에서 다른 이들은 모두 적으로 여겼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오직 자신들만을 율법이나 하느님을 바라보는 관점, 종교제도 등 모든 것의 중심에 두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무의식의 동기가 되어 그들에게는 다른 생각이나 신학, 예언자나 메시아는 모두 적이 됩니다. 그 결과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그분의 복음선포 행위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의도적 합리화’의 의식과 행동을 버리지 못한 채 복음을 산다고 착각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 친구, 우리 가족, 수련 동기, 같은 본당이나 구역, 신심단체 소속, 같은 종교, 학교 동문, 혈연 등의 이유로 팔이 안으로 굽어 남에게 거리를 두거나 비판하고 배척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복음의 사람은 그런 연줄과 친분이 동기가 그 울타리의 사람들을 편들고 다른 이들을 배척하고 비판하며 적대시하는 사고나 행동을 버려야겠지요.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대로 선을 이루고 목숨을 구하는 일은 그 무엇에도 매이지 않으며 인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묵자(墨子)에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鑑於人)’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물에 비추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비춰 보라”는 뜻이지요. ‘의도적 합리화’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부터 바라보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함으로써 방관자가 아닌 사랑의 동반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오늘도 오그라든 의식,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사고와 행동, 관계의 패스트푸드를 버리고 율법의 근본정신인 사랑을 열린 마음으로 살아내는 행복한 날이길 소망합니다. 오그라든 의식은 적대감과 분노(6,11)를 일으킬 뿐이니 스스로 자기 영혼을 망가뜨리지 말아야겠지요.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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