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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6."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서 열둘을 뽑으셨다.”-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아오스딩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06 조회수1,210 추천수0 반대(0) 신고

 

 

루카 6,12-19(연중 23 )

 

    오늘 <복음>은 열두 사도를 뽑으신 장면을 이렇게 들려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서 열둘을 뽑으셨다.”(루카 6,12-13)

 

    이는 마치 야훼 하느님께서 모세를 시나이 산으로 불러올리는 장면을 연상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산으로 불러올리시어 그들 가운데서 열둘을 뽑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께서 먼저 부르시어 뽑으셨습니다. 그러기에, 누가 뽑혔느냐보다 누가 뽑았는지가 그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결정짓습니다.

    왜냐하면, ‘부른 이가 누구인가에 따라, 응답한 이의 삶이 바꾸어지기 때문입니다. 곧 대통령의 부름을 받은 이는 대통령이 부여한 일을 하며 대통령의 영광을 입은 것이고,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이는 하느님의 일을 하며 하느님의 영광을 입은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도를 뽑으시기에 앞서,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자 하셨음을 말해줍니다. 곧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열둘을 뽑으셨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밤 새워 기도하여 뽑은 이들은 능력 있고 자질이 뛰어난 이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뽑힌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사도로 뽑힐만한 충분한 조건들을 가진 자들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사도가 될 만한 자격을 갖춘 거룩한 이들이었기에 뽑힌 것이 아니라, 뽑혔기에 거룩해지게 된 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한 마디로 이름 없는 무명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뽑힌 후에도 특별한 내력을 그다지 전해주지 않습니다. 마치, “사도란 모름지기, 그렇게 이름 없이 주님의 뜻을 위해 살다가 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나 하듯이 말입니다.

 

    교회는 사도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기둥이 건물을 지탱해주고 있다면, 그 기둥을 받치고 있는 것이 기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초는 잘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가 않습니다. 그러기에, 대단히 겸손하지 않으면 튼튼한 기초가 될 수 없고,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그 엄청난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교회의기초인 사도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 이들로 뽑혔나 봅니다. 마치 기초가 건물을 떠받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듯이, 그처럼, 타인을 떠받들면서도 자신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를 뽑으신 다음, 그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군중들 속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들과 함께 세상 안에서 아버지의 뜻을 실행해 나가십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겸손한 이들을 당신의 사도로 부르시고 파견하고 계십니다. 겸손한 이들은 세상에 녹아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합니다.

 우리도 오늘 겸손한 자 되어, 세상 안에서 그분의 뜻을 실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오니, 주님! 하고 싶은 바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라 하신 바를 행하고,

    아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알려주신 바를 선포하는 겸손함을 주소서!

    이름 없이도 사랑하고, 드러나지 않아도 당신 뜻을 실행하며

    이 세상에 당신의 나라가 드러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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