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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눈 먼남편-인영균 끌레멘스 신부님(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
작성자이진영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10 조회수1,050 추천수4 반대(0) 신고

제1독서

<나는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9,16-19.22ㄴ-27 

 

복음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39-42


 

 

연중 제23주간 금요일(2016년 09월 09일) 눈먼 남편

오늘 주님은 ‘눈먼 이’를 언급합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 없다고 하십니다(루카 6,39).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 많이 옵니다. 목발을 짚은 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 눈이 불편하여 지팡이를 짚은 이를 간혹 만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독일 신부님이 말씀하시길, 몇 년 전 네덜란드인 부부가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 이곳 수도원에 들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남편이 ‘장님’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한 손은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부인의 배낭을 잡은 채, 저 멀리 네덜란드에서 출발하여 벨기에와 프랑스를 거쳐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들어와 순례 중이었습니다. 엄청난 거리를 부부가 걷고 있었습니다. 눈먼 남편의 눈은 그 부인이었습니다. 부인도 대단하고 남편도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한 부부입니다. 

이 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언뜻 머리에 떠오른 것은, 자비의 희년 로그입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예수님이 한 사람을 업고 가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눈과 업힌 사람의 눈에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눈이 네 개가 아니라, 모두 세 개입니다. 예수님의 한쪽 눈과 업힌 사람의 한쪽 눈이 하나로 일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눈먼 이들입니다. 눈은 뜨고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내적 장애인입니다. 우리를 인도할 분은 그리스도뿐입니다. 이분이 우리를 업고 당신 눈과 눈먼 우리를 눈을 하나로 만들어주십니다. 예수님의 눈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똑바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눈먼 남편의 눈이 되어 함께 순례하는 부인처럼, 예수님도 우리를 몸소 업고 우리 눈이 되어 우리 순례길에 동행하여 주십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황송스럽게 예수님의 등에 업히는 것밖에 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의 힘든 점, 모난 점, 부족한 점을 주님은 잘 알고 계시니 그저 그분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몸둘 바를 모를 뿐입니다. 그분의 눈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의 순례길을 바로 보고 걸어갑니다. 

스페인 성 베네딕도회 라바날 델 까미노 수도원에서
인영균 끌레멘스 수사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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