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4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11 조회수1,558 추천수10 반대(0)

17년 전입니다. 저는 적성 본당에서 사목을 하였습니다. 시골의 작은 본당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현수막입니다. 동네에서는 추석이면 길가에 현수막을 걸어놓았습니다.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 또 다른 현수막도 있었습니다. 태권도 대회에서 메달을 땄을 때도, 서울대학교에 합격을 했을 때도,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도,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을 때도 어김없이 현수막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을의 기쁨이고, 마을의 경사이기 때문입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정겨운 모습입니다.

 

누군가 아프면 함께 아파했습니다. 누군가 잘못을 했으면 비난의 돌을 던지기 보다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으면 쌀 한 톨이라도 나누려고 했습니다. 농사는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의 밭과, 이웃의 논을 함께 돌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부상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들이 제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고, 힘들고 어려울 때면 용기를 주는 깊은 샘물이 되었습니다.

 

고향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를 봅니다. 느티나무는 성공한 사람에게도, 실패한 사람에게도, 건강한 사람에게도, 아픈 사람에게도 언제나 넉넉한 그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을 봅니다. 성공한 자녀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실패한 자녀들은 따뜻한 사랑으로 받아들이십니다. 어깨에 힘이 빠져서 기죽은 모습으로 고향을 찾는 자녀들의 손을 잡아 주시는 분이 고향의 어르신들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고향에 있는 느티나무처럼, 고향에 계신 어르신처럼 그렇게 넉넉하게 우리를 기다려주시고,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위로와 용기를 주시는 분이시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여러분도 이웃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듯이 영혼이 자유로운 형제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때가 되지 않았는데 알을 깨고 나오고 싶어 하는 병아리처럼 가족이라는 둥지를 일찍 떠나려는 형제가 있습니다. 세상은 그리 녹녹하지 않고, 세상은 가족처럼 따뜻하지도 않기 마련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아버지, 둘째아들 그리고 큰 아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작은 형은 집을 자주 나갔습니다. 집에 있는 돈을 가지고 나가서 탕진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런 작은 형을 위해서 늘 밥 한 공기를 따로 준비하셨습니다. 언제든지 돌아오면 주려고 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작은 형은 늘 초라했습니다. 술에 취해서 돌아오기도 했고, 돌아오면 며칠 씩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작은 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 주시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지극한 사랑은 작은 형을 변화시켰습니다. 형은 수도원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리고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먼저 하늘나라고 갔지만 작은 형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하느님나라로 갔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나는 전에 그분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하던 자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믿음이 없어서 모르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우리 주님의 은총이 넘쳐흘렀습니다. 이 말은 확실하여 그대로 받아들일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먼저 나를 당신의 한없는 인내로 대해 주시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고 당신을 믿게 될 사람들에게 본보기로 삼고자 하신 것입니다.”

 

프란치스꼬 성인의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 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용서 받기보다는 용서하게 하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