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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2 월/ 하느님을 움직이는 믿음과 겸손과 애정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11 조회수1,116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24주 월, 루카 7,1-10(16.9.12)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루카 7,9)




Jesus Heals a Centurion's Servant






하느님을 움직이는 믿음과 겸손과 애정

인간은 참으로 위대하고 존엄합니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 예술과 대단한 과학문명을 이루어내는 만물의 영장이라서 그런 것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위대하신 하느님으로부터 온 존재이고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한낱 먼지에 지나지 않고 죄와 허물투성이에다 시간과 공간의 철저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미물(微物)이지요.

그런 우리가 과연 하느님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서 미물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다리시며 우리를 통하여 당신의 일을 하시려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백인대장을 통해 그 열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백인대장은 이방인이었지만 노예를 부리고 유다인들에게 회당을 지어 줄만큼 부유했을 뿐 아니라(7,5), 군대를 거느리고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오게 할 정도로 권력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7,8). 부와 권세를 누렸으니 아쉬울 것이 없었고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을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믿음과 겸손, 그리고 동료 인간에 대한 애정, 이 셋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움직여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나도록 하였습니다. 그가 부와 권세를 지녔지만 유다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구원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경배하는 회당을 지어주었고,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유다인들의 원로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병들어 죽어가는 노예를 살려달라고 청합니다(7,3). 그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예수님께서 노예를 살려주실 수 있을만한 분이라고 믿은 것입니다(7,4). 그의 시선은 무엇보다도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로 향했고 거기서 삶의 시작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지요. 백인대장은 당시의 콧대 높은 로마인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겸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들을 보내어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7,6-7)라고 겸손하게 청합니다. 그것은 인간적인 덕성으로서의 겸손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확고히 믿고 받아들인, ‘하느님 앞에서의 겸손’이었습니다.

백인대장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그리스도를 움직인 마지막 요소는 바로 ‘동료 인간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그는 ‘유다 민족들을 사랑하였고’, 병들어 죽어가는 자기 노예를 소중히 여겼고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깊은 애정이 있었습니다(7,2-3.5).

세상살이에 고달프고 바쁜 현대인은 점점 눈이 멀어가는 듯합니다. 현세의 이익을 추구하고 욕구를 충족시키며, 소유를 늘려가고 자기 안위를 꾀하는 데는 민첩합니다. 삶의 방향도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우선 나부터 먹고 마시며 잘 살아보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어리석인 처신이 있을까요?

이제는 정말 눈을 뜨고 일어나 백인대장이 지녔던 주님 앞에서의 확고한 믿음과 겸손, 그리고 동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통하여 영혼과 육신의 치유와 해방, 타락해 가는 이 세상의 쇄신과 복음화를 이루어나가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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