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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3 화/ 내 삶의 여정에 희망과 생명으로 다가오시는 주님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12 조회수1,609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 기념, 루카 7,11-17(16.9.13)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14)




Christ Raises the Son of the Widow of Nain






내 삶의 여정에 희망과 생명으로 다가오시는 주님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지방 나인이란 고을 성문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마침 사람들이 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메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군중들과 더불어 성 안으로 생명의 행렬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과부는 죽은 외아들을 앞세우고 슬픔에 잠겨 성 밖의 묘지를 향하여 죽음의 행렬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고을 사람들도 큰 무리를 지어 그 과부와 함께 가고 있었습니다.”(7,12) 남편을 잃은 과부의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은 그 고을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슬픔이었습니다. 아무도 돌볼 이 없는 사회의 저 밑바닥에 있던 과부에게 외아들의 죽음은 일말의 희망조차 앗아가버린 ‘존재의 극한 상황’이었기에 묘지로 향하는 행렬은 죽음과 절망의 행렬이었던 것입니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인 ‘성문’(城門)에서 예수님과 장례행렬이 만납니다. 이 만남은 생명과 죽음의 만남이요 기쁨과 슬픔의 만남이며,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섭리적 만남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울지 마라." 하시며(7,13), 그녀의 슬픔을 가져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과부의 영혼에 스민 죽음의 그림자인 절망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보신 것이지요. 이미 죽은 외아들이 아니라 홀로 남게 되고 또 장례를 치른 다음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돌아가야 하는 과부에게 눈길을 돌리신 것입니다. 아마도 그분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향한 길을 홀로 가야 할 자신과 성모 마리아를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앞으로 나아가 관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이들이 멈추어 섰고, 그분께서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하시자 죽은 이가 일어나 앉아서 말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7,14-15). 이렇게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께서는 부정을 타게 되므로 만져서는 안되는 관을 만지시면서까지 죽음과 해묵은 관습을 넘어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7,16). 그리고는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인 절망의 자리에 잃어버린 희망의 불씨를 다시 지피시고 생명을 되돌려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살리신 것은 죽은 아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죽었던 아들과 그 아들로 인해 죽음과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어머니 또한 살리신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을 향해 생명의 길을 가시는 그분과의 만남으로, 이제 죽음의 행렬은 생명의 행렬로 바뀌고, 슬픔의 현장이 기쁨의 축제가 되고, 절망의 늪이 희망의 정원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인생길도 마찬가지일 듯싶습니다. 살아가면서 기쁠 때도 있지만 고통을 겪고 깊은 절망감과 좌절을 겪으며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죽음의 상황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순간 우리는 외아들을 잃고 성문을 지나 묘지로 향하는 과부처럼 죽음의 행진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그런 순간, 죽음과 생명의 경계인 성문을 통과하려는 그때마다 이미 나의 처지와 마음을 헤아리시고 다가오십니다. 그럴 때마다 나를 가엾이 여기시고 내 영혼 깊숙한 곳으로 찾아오시어 희망의 선물, 생명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오늘 나 자신과 교회와 이 사회가 마치 죽은 이들의 묘지로 향하는 ‘관속의 젊은이’와 같은 죽음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지 통렬한 현실인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또한 용기를 내어 우리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절망과 슬픔, 체념과 패배의식의 늪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생명과 희망을 주시는 주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하심을 기억하고, 나에게 사랑과 희망으로 다오는 이들에게 깊이 감사하는 오늘이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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