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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4 수/ 내 인생의 ‘불 뱀’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현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13 조회수1,518 추천수3 반대(0) 신고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16.9.14)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4)




Feast of the Exaltation of the Holy Cross







내 인생의 ‘불 뱀’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현양

오늘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해 지고 가신 거룩한 십자가를 경배하는 날입니다. 이집트를 떠나 약속의 땅 헤브론을 향해 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갖은 어려움 속에 광야에서 헤맨 지 두해를 넘기고(민수10,11), 우회로마저 막힌 데다(14,45; 20,14-21), 미르얌과 아론이 죽음을 맞고 약속의 땅에 들지 못하게 되자(20,1.28) 불안에 빠집니다.

결국 이스라엘 백성들은 생명의 위기를 느끼며 마음이 조급해져 모세에게 불평을 터뜨립니다(21,4-5). 많은 사람이 주님께서 보내신 불 뱀들에게 물려 죽습니다. 그제야 그들은 주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여 죄를 지었음을 인정하며 구해달라고 청합니다. 모세가 주님께 말씀드리자 죽음의 도구인 불 뱀이 치유의 도구인 구리 뱀이 되어 기둥에 걸리게 됩니다.

불 뱀’은 불평의 열매로서 백성들의 불완전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을 향한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불 뱀’은 사실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나온 반발심, 두려움, 불안과 공포 등으로서 스스로를 파괴해버리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모세가 기둥에 달아놓은 구리 뱀을 쳐다보고 살아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든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든 아니면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것이든 갖가지 불 뱀에 물려 실존의 위기, 우상을 섬기도록 부추기고, 죽음과 극도의 고통스런 상황으로 내몰리기도 합니다. 자본과 권력의 횡포로 드러나는 불 뱀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구리 뱀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런 현실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직면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고통은 회피함으로써가 아니라 직면하여 견디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릇됨을 바로잡고 당신과의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시려고 내 인생의 불 뱀을 보내시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죽음이 품고 있는 해방과 치유의 빛을 알아보고 기꺼이 그것을 직면하여 끌어안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구리 뱀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시려고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신’ 당신을 바라보라고 초대하십니다(요한 3,14). 그분 친히 자발적으로 죽음의 길을 가신 까닭은 어둠 속을 걸어가는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날의 삶에서 다가오는 불 뱀들 가운데서 살아나려면 그것을 직면하고, 그분을 믿고 따르는 결단이 요청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복락과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나 자신을 송두리째 내어주어야 하는 ‘십자가의 역설’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와 교회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제도 안에 굳게 뿌리박고 탄탄한 재정 위에서 다른 이들에게 희생을 권유하는 장치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제도라는 틀과 하느님의 이름으로 주어진 권한, 선교나 사목을 명목으로 다지는 안정적인 재정 이런 보호 장치에 기대는 한 우리는 십자가의 역설을 살 수 없지 않을까요? 개인이든 교회든 낮추고 비우고 작아지는 그 한없는 ‘약함의 선택’을 통해 십자가를 현양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 세상이 주는 힘에 기대지 말고, 이기심과 불평불만, 시기 질투, 증오와 냉대, 차별과 배척, 무시와 회피, 불의와 같은 ‘불 뱀’들을 직면하며, 그것을 통해 오시는 주님을 맞아들임으로써 주님의 십자가를 현양하도록 힘써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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