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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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18 조회수1,529 추천수14 반대(0)

영화 밀정을 보았습니다. 슬프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고 저항하는 사람, 빼앗은 나라의 편에서 살아가는 사람, 양쪽의 틈바구니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우리의 의식은 정의, 양심, 윤리, 부끄러움, 원망, 보복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자비를 베풀고, 부끄러움을 알며, 겸손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밤이 깊으면 새벽은 오기 마련입니다. 겨울이 가면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는 새벽을 뜬 눈으로 기다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온 몸으로 견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잡혀서 고문을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문은 몸을 상하게 하지만, 마음도 상하게 하는 것입니다. 빼앗긴 나라에 대한 사랑, 함께한 동료에 대한 의리 때문에 고문을 견디려 하지만,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은 고문 앞에 무릎 끓게도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신앙 때문에 목숨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모진 고문을 견디어냈기 때문입니다.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신앙의 풍요로움은 그분들이 흘린 피와 땀 위에서 피어난 꽃이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우리 신앙의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모진 박해와 시련을 겪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하였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죽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신앙생활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순교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어리석게 보일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은 미련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춧돌이 없다면, 나무의 뿌리가 없다면 훌륭한 건축물을 세울 수 없고, 가을에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순교자 성월을 지내면서 많은 분들이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무덤, 순교자들이 죽임을 당한 곳, 순교자들이 살았던 곳을 성지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피와 땀은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분들은 천상에서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분들은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순교자들을 위해서 성지를 조성하는 것은 후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것 같지만 그분들의 순교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성지를 통해서 우리들의 믿음을 더 굳게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지를 조성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이 순교의 삶, 나눔의 삶, 희생의 삶,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사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 칼 때문에 신앙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시련과 고통,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결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나의 욕심이, 나의 게으름이, 나의 자존심이, 나의 이기심이, 나의 교만이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나 자신을 떼어놓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천국에서 순교자들이 보시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우리들의 모습에서 너무 쉽게 보이곤 합니다.

 

우리들이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바쳐야 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재산과 가족, 부와 명예를 포기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이 지켜온 신앙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봉사와 나눔, 우리의 사랑과 희생으로 순교자들의 신앙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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