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0 조회수1,198 추천수13 반대(0)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용문 청소년 수련장에서 함께 일하셨던 형제님과 아내가 오셨습니다. 그분들은 제게 할 말이 많으셨습니다. 저와 함께 한 시간들이 고맙고, 즐거웠다고 작은 선물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도움을 받을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도와 줄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병든 사람, 굶주린 사람, 헐벗은 사람, 외로운 사람, 이방인들을 만나 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헐벗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입니다.’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이 있는 공간과 그 사람이 만나는 사람들에 의해서 드러난다고 합니다. 대접을 받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주님께서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직책을 이용해서 향응을 대접받고, 잘못한 사람에게 면죄부를 준 검사가 지탄을 받았습니다.

 

봉사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주님께서 바라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시골 본당에 있을 때의 기억입니다. 매달 서울에서 본당을 찾아오시던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시골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 주셨습니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아무런 조건도 없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먼 길을 오셨지만 늘 기뻐하셨고, 시골의 깨끗한 공기를 선물로 받아 가신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주님의 길을 따르기 때문에 행복하였을 것 같습니다.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셨기에 하느님의 마음에 드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며칠 전에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가을에는 풀잎도 떨고 있습니다.

끝내 말없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텅 빈 들에서 붉은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로 지내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잘나고, 능력이 있어서 도와주신 것이 아닙니다. 제가 불쌍하고 가난해서 도와주신 것도 아닙니다. 제가 가는 길이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는 것 같았기 때문에 도와주신 것입니다. 꾸루실료를 함께하신 동기 분들은 24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만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를 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캐나다에 있을 때는 교포 신자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차량도 마련해 주셨고, 한국 음식도 만들어 주셨습니다.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는 정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제게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행복했고, 즐거웠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제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손을 내미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의 형제요 자매가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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