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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모든 일에는 때가 정해져 있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3 조회수1,433 추천수3 반대(0) 신고



2016년 다해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 하늘 아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


독서: 코헬렛 3,1-11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림


LORENZETTI, Pietro 작, (1325)

 

 

제가 군 생활 할 당시 저는 8개월 정도 철책에 순찰차 운전병으로 파견 받아 소초 병들과 함께 지낸 적이 있습니다. 저는 틈틈이 영어단어도 외우고 책도 읽으며 시간 나는 대로 대학 복학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둬 달에 한 번씩은 중대를 옮겨가며 자곤 하였는데, 제가 연대로 복귀하기 얼마 전 불과 며칠 전까지 자던 내무반에서 수류탄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행인지 수류탄을 바닥이 아닌 침상 위에 올려놓고 나와서 매우 많은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를 괴롭혔던 선임자의 머리맡에 놓고 나와서 그 주위에 있던 여러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 정말 아수라장이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까지 함께 먹고 자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만 더 머물렀으면 저도 어떻게 될지 몰랐던 것입니다. 인명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이 크게 다가온 사건이었습니다.

철책에서 내려오니 이미 부대에서 선임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넓은 도로를 누비고 다니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춘천까지 나름대로 장거리를 가게 되었습니다. 옆에 선탑자가 탔지만 거의 베테랑이 되어버린 저를 믿고 잠을 잤습니다. 저도 콧노래를 부르며 군견들과 군견 병들을 트럭 뒤에 태우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아이들과 선생님의 귀엽고 예쁜 모습을 보다가 앞에서 튀어나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프라이드 경차는 크게 파손되었고 운전자는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뼈에 금이라도 갔다면 저는 군 영창을 가야하는 처지였습니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면서 범죄를 저지르면 경찰들 앞에서 어떤 대우를 받아야하는지도 느껴보았습니다. 다행히 돈을 물어주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물론 그때도 복학 준비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고가 더 컸더라면 저의 모든 삶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잠꼬대를 하면서까지 영어 단어를 외웠던 고생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제대하고는 복학준비를 위해 운전기사 일을 하였습니다. 공장에서 자재를 나르는 것이었는데 제가 봉고차를 몰고 좌회전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정면에서 중앙선을 넘은 25인승 버스가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사의 눈은 떠 있었지만, 결국 제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습니다. 차는 폐차 되었고 다행히 저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만약 뒤에 차 한 대라도 더 서있었더라면 제가 뒤로 밀리지 못해 크게 다칠 수밖에 없는 큰 사고였습니다. 그때 그 운전사는 눈을 뜨고 졸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주님은 살 수 있는 시간을 더 주셨습니다.

그리고 대학 복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공부가 하기 싫었습니다. 한 순간 폭탄이 터지거나 원하지 않는 사고로 인생이 끝나버리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데, 고작 원가 몇 십 원 아끼려고 머리를 싸매야 하는 삶이 너무 싫어졌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택했던 경영학이 이제는 너무도 부질없는 학문으로 느껴져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속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자 주님의 부르심이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사제가 되었습니다. 복학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취직하려고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했던 모든 노력들이 허무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모든 일에 때가 정해져 있다는 말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맞은 계획을 지니고 계시다는 뜻입니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세워 놓아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저도 몇 살 때까지는 돈을 얼마 정도 벌어야겠다는 계획도 세워 놓았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계획 앞에서는 아무 쓸모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했습니다. 주님은 우리를 당신 뜻대로 이끄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계획을 우리가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크게 분노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어떤 이들은 우환이 닥쳐와도 그 안에서 주님의 섭리를 깨달으려 노력합니다. 이것이 모든 일에 모든 때를 정해 놓으신 주님께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반응의 차이입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이 말은 믿음이 있는 사람이 모든 주님께로부터 계획된 일이 이루어질 때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내 계획에 주님께서 따라주셔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오히려 우리를 실패하게 하고 좌절하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 다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모든 계획을 세워놓으신 주님 앞에서 절망할 수는 없습니다. 주님은 좋은 것만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안 좋은 일처럼 보이는 일이 벌어질지라도 그것은 주님의 섭리에 의한 것이니 좋은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코헬렛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인간의 아들들이 고생하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일을 보았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주님은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하여 아름답게 되도록 섭리하십니다. 그것이 비록 고생길일 지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계획 세워 조급할 필요도 없고 지금 안 된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이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계획하신 일이 실현되고 있음만 보고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나머지 개인적인 계획과 꿈은 모두 헛된 것이라 모든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은 모든 일에 주님의 때가 있음을 깨달으라 충고하는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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