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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부자가 지옥 가는 이유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4 조회수1,279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6년 연중 제26주일


<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


   
복음: 루카 16,19-31






성모자


부티노네(Butinone) 작, (1490),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평북 정주에 있던 명문 오산학교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당시 그 동네에는 아주 똑똑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그는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비록 집안이 가난해서 머슴살이를 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주인의 요강을 깨끗이 닦아놓곤 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일을 성실하게 감당하는 이 머슴의 자세를 보고 주인은 이 청년이 머슴살이를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 학자금을 대주며 평양에 있는 숭실 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켰습니다. 마침내 그 청년은 숭실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오산학교 선생님이 됐습니다. 이 청년이 바로 민족주의자요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조만식 선생입니다.

그는 항상 제자들이 인생의 성공 비결을 물을 때마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거든 요강을 닦는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일러주었다고 합니다. 요강을 닦는 행위는 다른 이를 높여주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누군가를 높여주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높이기 위해 상대를 낮추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을 높이기 위해 하느님을 낮췄습니다. 선악과를 따먹으며 그분의 말씀엔 순종하지 않아도 되는 분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을 높이는 이는 하느님 나라에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이런 사실로 우리는 오늘 복음, 부자와 거지 라자로의 이야기를 온전히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부자가 죄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지옥에 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부자가 잘못을 많이 한 사람일까요? 그는 지옥에서 아브라함을 아버지라 부르는 신앙인이었고, 거지가 밥상머리까지 오는 것을 허락한 자상한 사람이었으며, 아직 죽지 않은 형제들을 위하는 사람이었고, 그것을 위해 중재를 청할 줄도 아는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반대로 라자로는 무슨 좋은 일을 하였습니까? 사회에 이익이 되는 아무런 선행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지옥가고 라자로는 천국에 갔습니다. 이는 분명 다른 의미를 깨닫게 하시기 위해 말씀하신 비유인 것입니다.

 

구원은 누구로부터 옵니까? 바로 그리스도로부터 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위한 조건은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나의 이웃이냐는 질문이나, 내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이냐는 질문 등은 그리스도와의 관계의 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관계는 계약이기 때문에 그리스도는 피를 주셔야 하고 우리는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계명을 지켜야합니다. 그런데 부자는 그리스도와의 계약이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구원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가난한 라자로가 옆에 있었는데도 사랑을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쓴다고 당당할 수 없습니다. 아담이 동물들에 대한 의무가 있었듯이,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라자로는 그리스도와의 계약을 지켰습니다. 개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담의 직무는 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의 실천입니다. 자신이 짐승처럼 못나 보이는 이들에게 당신들은 이름 없는 짐승들이 아니라 주님의 것이고 그래서 이름이 있는 이들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버려진 그릇은 이름이 없지만 고려청자는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은 누군가가 그것에게 가치를 먹여줄 때 생기는 것입니다. 그렇게 새로 태어나게 만드는 사람이 착한 사마리아인입니다. 길에 쓰러진 이름 없는 사람에게 참으로 소중한 사람임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아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리스도와의 계약을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만식 선생이 제자들에게 요강을 닦는 사람들이 되라고 한 것은 이런 면에서 그리스도와의 계약을 맺는 사람들이 되라고 가르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탈리아 아퀼라 지진으로 300명가량이 사망했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6명의 과학자들을 재판하여 감옥에 보냈습니다. 그들이 지진의 전조를 알고도 무시해버리고 모른 척 했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그에 합당한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아 더 많은 사람이 죽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많이 가진 자는 많이 내어놓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웃의 아픔을 모른 채 하는 사람들은 이웃을 살해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가 신경 써 주면 살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이 사람에게 이름지어줄 수는 없습니다.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입니다.

 

우리 곁에는 항상 가난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자일 수가 없습니다. 자꾸 나누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요강을 닦게 만드는 사람은 그리스도와 멀어지는 사람이고 구원과 멀어지는 사람입니다. 남들의 요강을 닦아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그리스도를 만나고 있는 이는 부자로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사막의 교부가 된 안토니오도 결국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다 나누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정 우리 종교는 우리를 이 세상에 집착하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돈을 섬길 것인지 주님을 섬길 것인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우리는 세상에서의 성공을 택할 것입니까, 아니면 영생을 택할 것입니까? 그리스도와의 계약을 위해서,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이름을 부여하기 위해, 절대로 이 세상에서 물질적으로 부자가 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는 이웃을 사랑한다는 조건으로 그리스도와 영원한 구원에 관한 계약을 맺은 사람들입니다. 부자가 지옥 간 이유는 단 한 번도 그리스도와의 계약을 진실성 있게 고려해 본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을 내어주지 않는 사해가 죽음을 상징하듯이, 이웃에게 가진 것을 내어주지 않는 사람도 죽은 목숨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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