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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25 주일/ 관계의 패스트푸드와 슬로우푸드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4 조회수1,476 추천수5 반대(0) 신고




다해 연중 26주일, 아모 6,1ㄱㄴ.4-7; 1티모 6,11ㄱㄷ-16; 루카 16,19-31


“너는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다.”(루카 16,25)




The parable of the rich man and Lazarus







관계의 패스트푸드와 슬로우푸드

오늘 제1독서에서 아모스 예언자는 “시온에서 걱정 없이 사는 자들, 사마리아 산에서 마음 놓고 사는 이들”(6,1), 호화호식하며 요셉 집안이 망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6,4-6)은 불행하다고 선언합니다. 그들이 맨 먼저 사로잡혀가는 신세가 되어 그런 생활은 끝장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6,7).

오늘 복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부자가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가난하고 종기투성이인 비참한 처지에서 살아가는 라자로가 그의 집 대문 앞에 누워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라며 지냈습니다(16,20-21).

부자와 가난한 라자로의 처지는 두 사람의 극단적인 삶의 여건과 질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가난한 이는 죽어 아브라함 곁으로 가고, 부자는 죽어 저승에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유대식으로 말하면 가난한 이는 행복하게 된 반면 부자는 불행에 떨어졌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복음서의 서술을 보면 부자가 왜 불행에 떨어졌는지 의아합니다. 그는 사기를 쳐서 재물을 모은 것도 아니고, 부자랍시고 거만하게 처신하거나 특별히 악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거지 라자로가 그에게 애긍을 청하지도 않았으니 그것을 거절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부자가 죽어서 저승에서 고통을 받는 불행한 처지가 된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문제는 그의 구체적인 악행이 아니라 남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아가는 방식과 무관심한 태도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그는‘관계의 패스트푸드’를 먹고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관계의 패스트푸드’란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모든 것이 관계를 통해 발견되고 성장해간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관계에 몰두하여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부자는 적극적으로 악행을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온 우주만물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의 관계 속에 살아가는 존엄한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자기 밖의 사람들과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당연히 주변을 보지 못합니다. 건강하고 가진 것이 충분하고 힘이 있을 때는 더군다나 아쉬울 것이 없으니 이웃을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지요. 만남도 이해타산을 따져 만나게 되니 깊은 인격적 만남과는 무관한 스쳐 지나쳐버리는 만남이 되고 맙니다. 자기집 대문 앞에 누워있던 비참한 처지의 가난한 라자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부자처럼 말입니다.

우리 또한 관계의 패스트푸드를 먹고 사는 사람처럼 재물이나 현재의 풍요롭고 안정된 삶에 눈이 어두워져 가까이 있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 심지어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가족들의 아픔마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여 이제부터라도 ‘관계의 슬로우 푸드’를 먹고 좀 더 찬찬히 서로를 눈여겨보고, 마음으로 헤아리고 쌓인 고뇌와 바램과 아픔의 소리를 듣도록 힘써야겠습니다.

냉정한 무관심 대신에 애정 깊은 눈길로 서로의 마음과 처지를 헤아릴 수 있도록 내 눈을 어둡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합니다. 삶을 위해 투쟁하는 길거리의 외침에 귀막고, 불의와 차별을 보고도 못 본 채 하는 비겁한 회피와 안하무인, 현세의 일과 자신에 대한 지나친 몰두로 인한 무관심, 고통 앞에서 무조건적인 인내를 강요하는 태도를 과감히 벗어버려야겠습니다.

자만심을 버리고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며”(1티모 6,11), 사랑의 나눔과 애정 깊은 경청, 서로의 짐을 져주는 동행, 가난하고 억울한 이들에 대함 돌봄을 통해 참 행복의 길로 나아가는 오늘이길 기도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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