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6 조회수1,434 추천수13 반대(0)

지난 목요일 은경축미사가 있었습니다. 저와 동창들이 추기경님께서 주례하시는 미사에 함께 했습니다. 은경축을 축하하는 작은 안내책자가 있었습니다. 책자에는 신부님들의 사진과 그동안 거쳐 온 사목의 자리들이 있었고, 서품 성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들의 은경축을 축하해 주셨습니다. 부족한 저희들이 25년을 사제로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추기경님께서 강론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부님들의 서품 성구를 보면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의 서품 성구와 신부님들의 지난 25년을 돌아보니, 대부분 서품 성구의 말씀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고, 어떤 쌍날칼 보다 예리한 것을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추기경님의 말씀을 듣고, 안내책자에 있는 신부님들의 사진과 서품 성구를 보았습니다. 정말 대부분의 신부님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서품 성구의 말씀처럼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5년을 빈민사목을 하고 있는 동창은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서품 성구를 정했습니다. 13년을 교정사목을 한 동창도 묶인 이를 풀어주겠다는 서품 성구를 정했습니다. 12년 동안 장애인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는 동창 역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는 서품 성구를 정했습니다. 다들 자신들이 정한 서품 성구를 삶으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눈물로 씨 뿌리는 사람, 기쁨으로 거두리라.’는 말씀을 서품 성구로 정했습니다. 눈물로 씨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하느님께서는 많은 결실을 맺도록 은총을 주셨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25년을 생각하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서품을 받고 첫 본당에 갔는데 곧 열병에 걸렸습니다. 보름동안 입원을 했었고,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엄한 신부님으로부터 사제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배웠고, 사랑이 넘치시는 신부님으로부터 사제직이 얼마나 기쁜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사목국에서 교육 담당을 하기도 했고, 청소년국에서 수련장 업무를 하기도 했고, 지금은 성소국에서 사제 양성을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기회가 있었고, 복음화 학교를 담당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사랑이고, 주님의 은총입니다.

 

공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을 믿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의심을 하게 됩니다.

첫째는 잘 모를 때입니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의심을 통해서 자신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합니다. 과학자들에게 의심과 회의는 필요한 연구 자세입니다. ‘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과학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계속되는 행위의 반복입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던 적이 있으면 지금은 바람을 피우지 않더라도, 늘 의심을 하게 됩니다. 도박도 비슷합니다. 한번 잘못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던 보호감호가 이와 비슷합니다. 잘못을 했던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범죄자의 전자발찌부착도 이와 비슷합니다.

세 번째는 신앙인들에게도 자주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사업에 실패를 하는 경우, 봉사를 많이 했는데 어느 날 건강이 나빠진 경우,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열심히 다녔는데 대학 입학에서 떨어진 경우 등이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21년 전쯤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목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저에 대해서 주교님께 말을 하였고, 저는 주교님을 만나서 주의를 받았습니다. 주교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의심을 하기 시작하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나와 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속이 상하고, 화가 났습니다.

 

성당에 돌아와서 성경책을 보았는데, 오늘 제1독서의 내용이었습니다. ‘알몸으로 왔으니, 알몸으로 돌아간다 해도 감사 할입니다.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주셨을 때 감사했다면 하느님께서 나쁜 것을 주신다고해도 감사할 뿐입니다.’ 욥은 가진 모든 것을 아무 이유 없이 잃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욥은 누구를 의심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욥기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길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고, 모든 것이 잘 풀렸습니다. 계속 누군가를 의심하거나, 분노하면서 지냈다면 저는 사제생활을 잘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성서 말씀을 통해서 제게 다가온 위기와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오늘 욥 성인의 말씀을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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