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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자비만을 청할 수밖에 없는 존재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9-29 조회수1,186 추천수4 반대(0) 신고



2016년 다해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 아침에게 명령해 보고, 바다의 원천까지 가 보았느냐? >


독서: 욥기 38,1.12-21;40,3-5






 그리스도의 성면


 키예프 화파 작


   

워싱턴 주 클라이드 힐 마을에서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시장을 선출한 적이 있습니다. 선거 결과 두 후보의 표가 모두 576표씩 똑같이 나오자 선거관리 위원회는 동전을 던져 결정을 내리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들은 유권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항의를 해왔습니다. 그때 선거관리 위원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이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한 사람, 단 한사람만 더 투표에 참가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것은 전부의 책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지막 순간에 주님께서 우리를 심판하실 때 동전던지기를 해도 우리는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누구도 하느님 나라에 합당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려주기 위해 욥이 등장한 것입니다. 욥은 하느님 앞에 그보다 더 온전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의인입니다. 그렇지만 그도 자녀와 재물, 자신의 건강과 명예까지 모두 잃게 되니 자신이 태어난 날을 저주하고 또 자신에게 도대체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물론 하느님을 원망하는 말은 하지 않지만, 나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도대체 왜라고 하느님께 따지듯이 묻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도 욥에게 따지듯이 물으십니다. 아침에게 명령해 본 적이 있느냐고, 바다의 심연을 살펴본 적이 있느냐고, 빛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느냐고, 그러면서 말씀하십니다. 나를 대화상대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오늘 독서는 우리가 주님 앞에서 라는 질문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욥도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보잘것없는 몸, 당신께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손을 제 입에 갖다 댈 뿐입니다.”

 

전에 시골에 살 때 개를 목욕시키려고 하는데 목욕을 거부하며 몸을 털어서 온 비눗물이 몸에 튄 적이 있었습니다. 개들은 사람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매번 무언가를 해야 할 때 왜 그래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개와 사람의 관계보다 우리와 하느님의 관계가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개를 만들 수 없지만 하느님은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그만큼 능력의 차이도 크고 생각의 차이도 큽니다. 그런데도 하느님이 나에게 왜 이러시느냐고 따질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강길웅 신부님이 평화방송에서 한 강연내용을 옮겨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떤 방송 인터뷰를 하셨어요. 평화방송인가? 그때 마지막으로 기자가 물었어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습니까?" 그러니까 김수환 추기경님이 당신은 하느님의 자비 밖에 청할 것이 없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 그때 좀 제가 대답이 싱겁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민주화를 위해서, 또 우리 교회를 위해서 많은 공헌을 하셨는데 왜 대답이 그것 밖에 없을까?

그런데 제가 어느 날 소나무를 옮겨 심으면서 그분 말씀의 뜻을 깨달았어요. 피정 집에 있을 때 소나무 세 그루를 이렇게 옮겨 심는데, 큰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제 포그레인이 산에서 떠 가지고 오는데 전선을 피하기 위해서 들고는 못 오고, 그냥 길로 다 던져 버렸어요. 그러니까 흙이 다 떨어졌죠. 그 소나무 흙 붙여도 살리기 어려운데 세 나무가 다 흙이 떨어져 나갔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 버리라고 그래요. 안 산다고 이래요.

그런데 저는 포크레인 값도 있잖아요. 억울하죠. 산 임자한테 허락을 받고 얻었는데, 그래 나도 모르게 하느님, 저 소나무 좀 살려주세요!” 하는데 하느님이 아 그때 그러시는 거예요. “니가 잘 한 것이 있으면 한 가지만 대 봐라. 내가 그걸 보고 살려주겠다. 얼른 말해!” 이러시는 데, ... 없어요. 정말. 얼른 말하라고 하는데 내가 잘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자비 밖에 청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추기경님이 하신 것을 내가 알고 이해하게 됐는데, 소나무는 3년이 넘은 지금까지 잘 살고 있어요.

 

성전에서 바리사이는 하느님께 드릴 말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의인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뒤에 숨어서 머리도 못 들고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한 세리가 의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영성이 깊어지면 주님 앞에서 할 말이 줄어듭니다. 내가 한 모든 일들이 주님은 먼지로도 그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해 내실 수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저 내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하느님의 크심을 깨달아 그분의 자비만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문을 되뇌는 기도가 교회의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생명까지도 오늘 가져가신다고 해도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그분의 자비만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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