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01 조회수2,637 추천수15 반대(0)

10월의 첫날입니다. 1999101일을 생각합니다. 보좌신부를 마치고 처음 본당 신부가 된 날입니다. 17년 전입니다. 제가 있었던 적성 성당은 정겹고 아름다웠습니다. 성당 주변에 감악산이 있었고, 임진강이 있었습니다. 군부대가 가까이 있어서 주일에는 군인들이 미사에 오곤 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낚시를 배웠습니다. 낚시를 배웠던 이유는 제가 성격이 급하고 남을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저 자신을 생각하기 때문에 좀 차분해지고 여유를 갖고 싶어서입니다. 낚시터에서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낚시터에 4번 갔었고 그 중에서 2번은 밤을 새워 낚시를 한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작은 붕어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낚시를 몇 번 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떡밥은 같은 장소에 계속 던져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로 떡밥을 주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셋째로 초보자가 못 잡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입니다.

넷째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낚시터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길 잠깐 하고 싶습니다. 한번은 제 옆에 50대의 남자 분이 앉으셨습니다. 저는 밤을 새워 자리를 지켰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아마도 제가 초보자인 줄 알았나 봅니다.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초보자 옆에는 잘 앉지 않는다. 초보자가 물고기를 다 쫓아낸다. 낚시 줄이 엉키기도 하고 아무튼 짜증이 난다." 저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하다가 낚시 도구를 다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은 낚시 기술은 뛰어날지 몰라도 낚시의 도는 잘 모르는구나.’

그 뒤로 또 낚시를 갔습니다. 70대의 할아버지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초보자가 낚시 대를 설치하고 또 이리저리 부산하게 준비하니 할아버지께서 조금은 신경이 쓰이셨을 것입니다. 할아버지 옆으로 낚시 줄이 던져지기도 하고, 지난번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웃는 모습으로 저를 바라보셨고, 엉킨 줄을 풀어 주셨고, 가실 때는 잡으셨던 물고기를 나누어 주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낚시의 기술도 좋으셨지만 낚시를 이제 막 배우는 사람에게 낚시하는 사람의 자세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됩니다. 건강, 취직, 결혼, 자녀, 경제, 가족, 친구의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습니다. 산 너머 산이 있듯이 하나를 풀면 다른 것들이 또 문제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들의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 했나 봅니다.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 집착을 버릴 때 인생은 잔잔한 바다처럼 깨달음을 얻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눈에 보인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사랑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의 마음은 파란색. 행복하고, 기쁘게 사는 사람의 마음은 하늘색. 겸손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은 초록색. 그러나 원망하고 미워하는 사람의 마음은 갈색. 욕심과 이기심이 가득한 사람의 마음은 회색. 시기와 질투가 가득 찬 사람의 마음은 검은색.”처럼 보인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꽃은 향기를 주고, 배설물은 악취를 주듯이 우리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그 마음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자신의 것을 나누고, 늘 겸손한 사람의 마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마음은 파란색, 하늘색, 초록색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헐뜯고, 늘 주변을 원망하고, 자신의 것만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마음은 갈색, 회색, 검은색 일 것입니다.

 

문득, 그동안 제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봅니다.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뒤 돌아보니 발걸음이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고, 기도하는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돕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온 시간이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밝게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비난하고, 비웃은 적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방법을 알려 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하느님 나라는 직책과 재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업적과 능력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 들어 갈 수 있다고 말을 하십니다. 결혼을 한 사람도, 혼자서 사는 사람도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다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혼을 하였어도, 혼자서 살아도 겸손하지 못하다면 하느님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10월의 첫날입니다. 오늘 하루는 모든 문제들을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옳고 그름은 꼭 시비를 가려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들을 모두 놓아 버릴 때 마음의 평화가 올 것입니다. 그것이 회개이고, 그것이 어린이와 같은 마음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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