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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구체성, 현장성, 즉응성)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03 조회수1,132 추천수1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구체성, 현장성, 즉응성"

 오늘 오후 열차표를 반환하러

 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엄청난 장대비가 퍼부었습니다.

그런데 건널목에 서 계시던

한 어르신이 영등포역이

어느 방향이냐며 묻습니다.

우산도 없이 비를 철철 맞고

계시기에 우산을 씌워드리면서

마침 저도 그쪽으로 가니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뜻밖의 친절에 고마웠던지,

어르신께서 자신은

길림성에서 왔는데,

보아하니 연변에서

왔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연변 사람이 아니라

한국 사람이라고 그랬겠지요.

그랬더니 자신은 일찌감치

한국 들어와 자리 좀 잡았다면서

 저보고 또 묻습니다.

“그럼 뭐해먹고 사냐?”

딱히 뭐라

대답하기가 그래서,

 “놀고먹습니다.”

그랬더니 한참동안

 훈계하시더니 그러십니다.

“보아하니 아직

나보다 한참 젊은데,

 벌써 놀고먹으면 어쩌나?

내가 구로동에 잘 아는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

 좀 전에 생전 처음 만난

저희 두 사람은 그렇게

한 우산 아래 어깨동무를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분은 몇 번이고 제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전화번호까지

 찍어주면서

 “꼭 연락하라,

일자리 알아봐주겠다.”

고 그랬습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참 뜻밖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이 한 세상

나그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잘 나봐야 얼마나 더 잘 나며,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측은지심의 눈길로

바라봐주며, 작은 도움의

손길이나마 베풀어주려는

그런 모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생각했습니다.

 우리네 인생, 돌아보니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뭐 그리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 삶이란 보석상 진열대나

인테리어 잡지처럼

고상하지도 않습니다.

드라마 속 풍경처럼

호화찬란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뒷골목

하수구처럼 스산하고

 때로 구질구질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제한된 삶,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도

작게나마 기쁨을 찾는 노력입니다.

그래서 또 필요한 것이 같은

하늘 아래 동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작은 친절 한번,

작은 선행 한번 베푸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루카복음 10장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보여준 행동 하나 하나는 우리에게

큰 의미와 자극으로 다가옵니다.

그에게는 다른 무엇에 앞서

큰 불행 앞에 선

한 동료 인간을 향한 자비와

연민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강한 측은지심이 있었습니다.

 사실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강도당한 사람은 가진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방어하다가 강도들로부터

엄청난 폭력을 당했겠지요.

여기저기 얻어터져

피범벅이 되었고

 초주검이 된 상태라 스스로

 거동도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자신도 갈 길이 바빴지만 가던 길을

멈추어 서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고

발뺌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강도당한 사람에 대한

응급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돌보아준 것입니다.

 참 사랑은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내가!’입니다.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살레시오

가족들에게 하신 말씀 중에

 가슴에 남는 말씀이 있습니다.

“또 다른 착한 사마리아 사람인

돈 보스코께서 보여주신 영성의

특징 중에 두드러진 측면은

구체성입니다.

현장성입니다.

즉응성(卽應性)입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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