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17 조회수1,438 추천수3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당신 생각을 켜놓은 "

 늦은 밤 라디오를 켜놓고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데

함민복 시인의 ‘가을’이라는

시가 소개되고 있더군요.

시인들,

참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어찌 그리 구구절절한

사람의 마음을

딱 한 문장으로

압축하시는지요.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깊어가고 있습니다.

어려만 보이던 풋사과들도

완연한 붉은 빛을 띠며

 무르익어갑니다.

우리가 맺고 있는 인연의 깊이도,

그들과 주고받는 사랑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들의

신앙도 더 성장하고 성숙해나가는

 올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산책길에 제 앞을 아장아장

 걸어가는 서너 살 된 아이,

그리고 노심초사 아이를 챙기는

 할머니의 정겨운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

작지만 이목구비 모든 것을

 다 갖춘 아이가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든 생각 하나.

 ‘나도 한때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그때도 내 곁에 누군가가 있었겠지?

 무럭무럭 성장하는 모습에

대견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만면 가득 미소를 머금었겠지?’

당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시선도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분께 가장 큰 기쁨과 영광은

우리 인간이 활짝 아름답게

꽃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지닌 신앙도

초보 신앙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가장 기뻐하실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거듭한 우리가 어느 순간

 하느님에게까지 닿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

가장 큰 보람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님(AD 24~110)

의 신앙은 참으로

 눈여겨볼 만합니다.

주교님은 지난번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우리와 비긴 시리아

안티오키아에서 태어나십니다.

박해가 한창이던 시절 60년

주교로 임명된 후 38년 세월동안

 안티오키아 주교로서 활발히

사목활동을 전개하십니다.

107년경 체포되어 로마로

압송되어가던 중 인근

교회 신자들을 수신인으로 한

 그 유명한 일곱 통의

사목서한을 쓰십니다.

사형이 확정된 수인의 몸으로

압송되어가는 과정에서 갖은

고초를 당하면서도 이냐시오

주교님은 사목자로서의 품위를

조금도 잃지 않고 사목활동을

 계속해나가셨습니다.

신자들을 걱정하며 눈물과

기도로 사목서한을 쓰셨습니다.

자신 한 몸 돌보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주교님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당신

양떼들을 생각하신 것입니다.

 이냐시오 주교님이 남기신

편지는 통상적인 편지가 아니라

 콜로세움 경기장으로 끌려가는

순교 여정 중에 쓰신 편지였기에

큰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편지의 수신인들이었던

각 교회 공동체 신자들은

주교님의 편지를

 돌려가며 읽었고

두고두고 묵상하였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필사본들이

당시 교회 전역에

널리 유포되었습니다.

 주교님이 남기신 편지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죽고 싶은

사랑의 애절한 호소’였습니다.

동시에 ‘하느님을 위해 산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이고

이 본받음은 수난과 죽음에까지

도달해야 한다.’는 절절한

신앙의 표현이었습니다.

 순교에 대한 그의 열망은

로마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

 더욱 생생히 표현되어 있습니다.

 “불도 좋고 십자가도 좋고

맹수의 무리도 좋으며,

뼈를 비틀고

 사지를 찢어도 좋으며,

 팔다리를 자르고 온몸을

난도질해도 좋습니다.

이 세상의 목표도 지상의

모든 왕국도 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죽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습니다.

 제가 찾고 있는 것은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그분이며,

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바로 그분입니다.

이제 출산의 고통이

저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이냐시오 주교님은 참으로

잘 준비된 순교자셨습니다.

그는 순교야말로 한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는

최고 가치요 은총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부터 그의 마음은

순교를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의 두발은 비록 지상에

닿아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하느님 아버지 품 안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순교하는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냐시오 주교님의 체포는

당시 전교회의 슬픔이었고

 고통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주교님을 살려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소식이 주교님 귀에

이런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로마로부터 들려오는

소식통은 이랬습니다.

“주교님이 로마에 도착하면

 가장 끔찍한 사형방법으로

돌아가실 것이다.

로마 콜로세움 원형경기장 안에서

오랫동안 굶주린 사자들에 의해

죽게 되는 방법인

맹수형에 처해질 것이다.”

그러나 주교님은 너무나도

태연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불필요한 호의를

제게 베풀지 마십시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내버려두십시오.

맹수는 저를 하느님께로

가게 하는 길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밀입니다.

 저는 맹수의 이빨에 잘게

 부수어진 그리스도의

순결한 빵이 되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한시라도 빨리 사자우리로

 들어가고 싶다고 고백하는

 이냐시오 주교님의 놀라운

 신앙 앞에 작고 보잘 것 없는

 제 신앙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을 좀 더

성장시키고 성숙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