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10.22 토/ 회개의 꽃을 피우기 위한 회상과 거름주기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21 조회수1,687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29주 토, 루카 13,1-9(16.10.22)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루카 13,3)





The parable of the barren fig tree







회개의 꽃을 피우기 위한 회상과 거름주기

인간은 자기가 남에게 준 것이나 손해와 상처를 입은 것은 오래 기억하면서도 배려와 사랑을 받은 것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사랑에 대해서는 더 무감각하지요. 하느님은 다른 나무보다 더 좋은 땅에 무화과나무를 심고, 열매를 맺도록 꾸준히 보살피는 사랑깊은 포도원 주인과 같습니다(13,7 참조).

따지고 보면 나를 창조해주신 그 자체가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이지요. 때로는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라 여겨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어떤 순간에도 숨을 불어넣어주시고 함께해주시기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복덩어리임에도 그분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은총의 선물을 헛되이 흘려보내버리곤 하지요. 영적 무감각은 그렇게 합당한 결실을 맺지 못하게 하고 점점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런 나를 향하여 ‘잘라 버릴 것’(13,7)이라 하십니다. 이는 당장 절단 내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저하지 말고 사랑으로 되돌아가 하느님의 자비와 선을 드러내라는 ‘사랑의 재촉’입니다.

이 말씀은 또한 하느님과 이웃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되돌리거나 나누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받기만 하고 되돌리지 못하는 이기적인 삶의 태도야말로 생명의 흐름을 막아버리므로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한 채 죽음의 길로 치달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아야겠지요.

그런데 포도 재배인은 주인에게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13,8-9)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열매 맺지 못함에도 회개의 기회를 주십니다. 지나온 삶의 발자국마다 허물과 죄로 얼룩진 우리 인생입니다. 그런데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벌하지 않으시고 거듭 용서해주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주십니다. 이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자비심입니다.

주님의 이토록 크신 자비심에도 '회개하지 않는다면 모두 멸망할 것입니다.'(13,5) 회개의 시작은 주님의 크신 사랑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회개란 숨쉬는 순간마다 그리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감사드리며, 멈춤 없이 나눔으로써 드러납니다. 이제 영혼의 어둠을 알아차리는 감각을 일깨워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나서야 할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목되는 다른 관점이 있습니다. 곧 포도 재배인은 주인에게 ‘올해만 그냥 두어달라고 청하면서’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다’(13,8)고 하지요. 포도나무 둘레를 파고 주는 ‘거름’은 하느님의 말씀이요, 하느님께로 되돌아가도록 헤아려주고 품어주는 사랑이며,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두어야만 한다는 인식입니다.

포도원 재배인처럼 우리도 말씀의 거름, 사랑의 거름, 바른 인식의 거름을 서로에게 주어야겠습니다. 우리 서로 판단하고 연약함을 비난하거나 "화를 내지 말고 오히려 온갖 인내와 겸손을 다하여 너그럽게 권고하고 부축하여”(성 프란치스코, 2신자편지 44) 품어주는 울타리가 되어주어야겠지요.

오늘도 주님의 넓고 깊고 크신 사랑을 회상하여 실천하고, 누군가가 넘어질 때 서로 나서서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어, 아름다운 회개의 꽃을 피우도록 힘썼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