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작은 겨자씨가 자란 나무와 누룩으로 부푼 빵 /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25 조회수2,247 추천수4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영국 출신으로 명성을 떨친 찰리 채플린은 젊은 시절 철공소에서 일했다. 어느 날 사장은 그에게 빵을 사다 달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그는 사장에게 빵과 함께 포도주 한 병이 들어 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여보게, 이게 웬 건가?’라고 사장이 묻자 그가 대답했다. “사장님께서 일이 끝난 다음에 언제나 포도주를 드시면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포도주가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 뒤 사장은 채플린의 월급을 올려 주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다른 태도로 그를 대했단다. 그는 남들이 무심코 지나친 것을 세심히 살피고 필요한 것을 채우는 데 성실했던 거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충실한 그이었기에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시작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는데 결과는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 나라는 작은 겨자씨와 같다.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더니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그분께서 다시 이르셨다. “그분 나라는 또 누룩과 같다. 그것을 밀가루 서 말 속에 넣었더니 온통 크게 부풀어 올랐다.”(루카 13,18-21 참조)

 

세상에서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그것은 삶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거다. 삶의 기본은 자신과 인연을 맺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이에 대하여 사랑과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삶에 운명처럼 엮여 있는 이들을 끝까지 믿고 이해하며 사는 이들을 두고 삶의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게다. 주위에 성공하고 출세했다는 이들, 그들이 정말 성공한 이들인지? 참으로 많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재산을 모으고 성공을 했지만,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사랑의 관계가 깨어져 있다. 이렇게 삶의 기본이 무너져 있으면 겉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걸 잃은 삶이나 전혀 다를 바 없다.

 

사실 우리는 미완성의 삶을 산다. 우리는 구원의 희망으로 세례를 받았는데, 그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신앙인에게는 구원은 완성된 상태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씨앗과 같은 희망으로 주어졌다. 싹이 터서 자라기 전에는 흙 속에 과연 겨자씨가 뿌려져 있는지 알아볼 수 없단다. 반죽을 발효시키기 전에는 마찬가지로 누룩을 넣었는지 않았는지는 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구원도 흙 속의 겨자씨처럼, 반죽 속의 누룩처럼 세상 속에 섞여 있을게다.

 

하늘 나라가 완성되어 있고 지금 우리가 완전한 부활의 삶을 살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구원된 것이 아니다. 희망을 품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면 우리 안에는 이미 구원의 겨자씨, 누룩이 선물로 주어져 있고 무럭무럭 자라 거대한 나무가 될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건은 시간과 영원의 관계를 밝혀 준다. ‘영광에 대한 희망을 안고 담대히 살자.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주어진 삶으로 믿음을 가꾸어 성장시켜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야 할 게다. 비록 세상에서는 가진 게 없고, 한평생 아무것도 제대로 이룬 게 없다손 쳐도, 운명처럼 만난 이들과 신뢰를 잃지 않고 서로 꼭 사랑하며 살았다면, 참으로 아름답고 복된 삶을 누렸으리라.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런 삶이라는 맘으로 여겨야만 한다.

 

믿음은 처음부터 풍성한 나무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른 여정을 보면, 그들의 믿음은 겨자씨나 누룩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 작고 보잘것없는 믿음의 씨앗을 성령의 도움으로 성장시키시어, 새들이 깃들이는 나무가 되고, 부풀어 오른 큰 빵을 만들어 주셨다. 교회가 그렇듯이 인간관계도 작은 일에서 신뢰를 지키고, 상대방의 숨겨진 상처를 치유해 주고, 작은 기대들을 채워 주는 희생적 사랑에서 성장할 게다. 지금 부부간에, 부모 자식 간에, 형제간에 힘든 지경이라면, 겨자씨와 누룩을 헛된 곳에 뿌리고 있는 지, 아닌지를 되돌아볼 일이다.

 

겨자씨만한 작은 씨앗도 그 안에는 하느님의 엄청난 사랑이 숨어 있다. 그러니 꾸준하게 잘 가꾸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변화를 선물할 게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자신의 이 인생을 내 것이라고만 여긴다면 심지 않은 겨자씨에 불과한 삶을 사는 것이리라. 그러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주님과 함께 부풀은 누룩의 삶을 살아야만 할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겨자씨,누룩,은총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