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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꼴찌가 첫째로 들어간 그 좁은 문으로 / 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26 조회수1,115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산다는 건 수련이다. 불교 용어로는 하나의 큰 도량이라나. 우리가 비록 수도원에 살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루 삶이 수련과 어디 다를 바가. 밥 짓고 청소 하는 것, 아이들 키우고 이웃 만나는 것, 직장과 가정생활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예수님께서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이는 당신께 와서 당신 멍에를 메고 배우라고 말씀하신 것도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의 순간순간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의 사랑을 배우는 수련이라는 뜻일 게다.


사랑은 저절로 커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연습해야 클 수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싫은 이까지도 품어 주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사랑 연습이다. 아스팔트 길 위서 위험에 빠진 풀벌레 한 마리라도 풀숲으로 고이 옮겨 주는 것, 누구 발부리에 걸릴까 봐 돌멩이 하나 조용히 제 있을 자리에 옮겨 두는 것, 이 모든 게 사랑 연습일 게다. 아무리 작은 미물이라도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정말 아름답게 정성들여 바라보는 게 사랑의 수련 과정이다. 어쩜 천국의 문은 좁아서 이 사랑의 향기만이 통과할 수 있으니까.

 

어떤 이가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라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이가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더구나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루카 13,23-30 참조)’

 

천국은 일인용이라는 말이 있다. 오로지 예수님 인격을 닮은 이로 그분과 일치된 이만이 들어갈 수 있기에. 우리 안에 주렁주렁 달린 온갖 탐욕들을 떼어 내고 작아지지 않으면, 그리고 온 몸이 깨끗이 정화되지 않으면 그분 진리에 들어갈 수 없단다. 인간은 이기심과 탐욕으로 말미암아 자신 안에 계실 하느님 자리를 바깥으로 몰아내 버렸단다. 이렇게 해서 본디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변해 버렸다나. 다른 것들로 채워진 그 자리를 예수님은 다시 성령으로 채우셨다. 그러한 길이 십자가의 길이요 좁은 문일 게다. 지금 우리 안에는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사실 우리네 인생에서 목표로 삼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건강, 재산, 성공을 원하리라. 그리스도인이라고 예외는 아닐 게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세상의 가치들을 추구하며 죄스럽게 스스로 느끼는 이유는? 그것은 우리가 이것들을 지나치게 세상에 국한된 행복의 가치로 여기기에. 어쩜 그리스도교가 인류 역사에 크게 기여한 것은, 죽음 이후의 내세에 대한 희망이 현세에서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약속한 점이라나.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죽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넘어가는 관문이고, 죽음 이후의 세상에서 하느님을 뵐 수 있다. 그리고 그분께서 세상의 모든 불완전한 것들을 영적으로 완성해 주신다.

 

구원은 바로 이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는 순간부터 일게다. 결코 죽음 이후에 내세에서 얻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기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좁은 문, 세상만이 전부라고 여기는 속된 이들은 들어갈 수도 없고, 들어가고 싶어 하지도 않는 문일 게다. 그 문은 순종의 가치를 알고, 진심으로 섬기는 기쁨을 알며, 선하게 살면서 차별 없이 모든 이를 하느님의 눈으로 대하는 마음을 가진 이에게만 열리는 좁은 문이다. 그래서 세상의 첫째가 하느님 나라에서는 꼴찌가 되기도 하고, 세상의 꼴찌로 여겨진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서는 첫째가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리라.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다른 눈으로 보고 계심을 잊지 말자.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애쓰라고 이르신다. ‘좁은 문은 분명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 가치를 아는 지혜로운 이에게는 기꺼이 모든 힘을 다할 가치가 있는 기쁨의 원천일 게다. 우리는 타성과 피로에 젖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잃고 있다. 바쁜 일상에 잠시 여가를 내어, 진정 힘을 다해 얻어야 할 것이 주님께서 보여 주시는 길이라는 진리를 마음에 담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신앙의 목적은 구원이요, 온갖 신학 지식도 그것의 안내일 뿐이다. 예수님은 그 길로서 좁은 문을 제시한다. 그길로 가는 게 어렵고도 좁은 건 작아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기에 그런 거란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작아질 수 있을까? 그건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묵상하는 데에서 시작될 게다. 창조주이신 그분 앞에서 나만의 연약함을 스스로 느낄 때 작아질 수 있으니까. 꼴찌가 첫째가 되어 들어간 좁은 문은 그분의 이런 은총을 받은 이만이 드나든다. 그것은 많은 죄와 큰 잘못을 언제 어디서나 담뿍 가진 우리들 이니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좁은 문,구원,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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