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성인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1 조회수1,695 추천수16 반대(0)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11월 달의 11은 기찻길과 비슷하게 생겼고, 다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젓가락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결해 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11월 한 달은 나와 만나는 이웃들을 하느님께로 안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11월 한 달은 교만, 이기심, 시기, 분노, 미움을 털어버리고 친절, 겸손, 인내, 사랑, 희망, 믿음의 동네로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것은 세포입니다. 세포들이 모여서 여러 지체들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을 위해서 일을 하는 세포들은 매 순간 다시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피부세포는 28일 만에 모든 세포가 바뀌고, 손발톱은 180, 적혈구는 120여일 그리고 뼈와 근육세포는 200여일 정도가 지나면 새로운 세포로 완벽하게 대체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최소한 7개월에 한번 정도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바뀝니다. 저의 몸을 이루는 지체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제 몸을 이루는 세포들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위해서 짧은 삶을 살아가는 세포들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교회의 역사에 드러나는 성인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숭고한 삶과 희생 그리고 순교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라면 사랑하는 아들까지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했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했던 지도자 모세가 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았던 베드로 사도가 있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났고, 초대교회의 신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던 바오로 사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이분들만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이웃을 사랑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본당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 있습니다. 성사를 집전하는 사제가 있습니다. 신앙의 향기를 전해주는 수도자가 있습니다. 본당에는 사목회를 비롯해서 지체를 이루는 봉사단체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당은 그런 건물과 조직, 봉사자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침 일찍 성당에 오셔서 기도하는 분들이 있기에, 주보를 나누어 주면서 복음을 전하는 분들이 있기에, 나눔과 희생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분들이 있기에 본당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들이 나의 몸을 지탱하는 것처럼, 드러나지 않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있기에 교회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몸의 세포들이 늘 새롭게 태어나듯이, 우리의 생각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낡은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두려움, 좌절, 원망, 미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으로 나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어느 나라에나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분들을 모시는 국립묘지가 있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국립묘지의 중심에는 어느 나라든 예외 없이 무명용사를 기리는 탑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죽음이 있었기에 자유와 민주를 지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모든 나라는 무명용사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모든 성인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교회를 밝게 비추는 신앙의 별이 되신 분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분들이 피와 땀을 흘려서 신앙을 지켰기 때문에 오늘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신앙의 별이 되는 방법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옳은 일을 하다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낙엽 지는 가을 뒤엔 반드시 눈 내리는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어떤 종점이 있습니다. 우리들 또한 신앙의 별이 되어서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을 물려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11월 첫날을 보내면서 최민순 신부님의 두메 꽃이라는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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