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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 수/ 죽음이 마지막이 아닌 것을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1 조회수1,833 추천수7 반대(0) 신고




위령의 날 둘째 미사, 마태 11,25-30(16.11.2)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마태 11,28)





The gentle mastery of Christ







죽음이 마지막이 아닌 것을

교회는 위령의 날에 죽은 뒤 아직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모든 이를 위해 위로하며 기도하도록 초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있을 때나 죽어서 반드시 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인과응보의 틀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서 살다가 하느님에게 돌아가신 모든 분들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11,28) 하시며 모두를 품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이시고(루카 6,36),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리기 때문입니다(로마 5,20).

위령의 날에 우리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세례로 시작된 부활을 향한 파스카 여정의 완성이기에 찬미와 감사의 마음으로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죽음은 절망의 끝이나 죽음이 아니요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다리일 뿐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알아 뵙지 못한 채 죽은 이들을 포함한 모든 죽은 이들을 기억함으로써 그들과 우리가 하느님 안에 함께 살아있음을 확인해야겠습니다.

또한 이 날은 살아있는 이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을 묵상하며, 종말에 이루어질 구원을 미리 묵상하도록 초대하는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면서 삶과 죽음의 울타리를 넘어 하느님 안에 함께 살아있으며,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삶과 죽음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세상살이를 하다가 죽음을 맞으면 현세 세상과 죽음의 세계 사이에 극단적이고 결정적인 단절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절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리스도교인은 현세의 삶이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결코 죽음으로 막을 내리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조차도 생명과 희망을 무너뜨리지 못하며, 그렇게 우리는 어떤 처지에서도 주님 안에 있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믿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입니다."(지혜 3,9) 우리는 죽음도 생명도 주님 손 안에 있음을 회상하고 죽은 이들과 함께 사랑 속에 살기를 희망하며 기도해야겠습니다.

한편 위령의 날은 누구든 예외 없이 맞게 되는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 여기서 잘 죽을 수 있기를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우리다운 응답은 ‘지금 여기서 죽으며 사는 것’입니다. 지금 잘 죽는다는 것은 기꺼이 자신을 내놓으며 더 자비로워지는 것이겠지요.

모든 것을 주신 주님께 내 모든 것을 되돌릴 때에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있는 행복을 맛보게 되겠지요. 죽음을 넘어 영원히 살려면 이타적이고 순수한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모든 선을 되돌려야 할 것입니다.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는 죽음을 통해 영원의 길을 가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죽음 넘어 영원에 이르기까지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생생히 되살려준 백임마누엘 형제와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다가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폭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고인에게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슬픈 현실 앞에 우리 모두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으로 머리를 숙이는 오늘입니다.

죽음이 판을 치는 곳에 생명을 불어넣도록 재촉하는 오늘, 우리 모두 이 땅에서 불의와 폭력을 저지르는 모든 이들과 더불어 사랑 실천과 공동선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우리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아버려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죽음의 문화가 사라지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정의와 기쁨이 넘치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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