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그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이라도 /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3 조회수1,292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라틴말로 자비’(misericordia)라는 말은 두 개의 낱말이 합쳐진 거다. 하나는 슬픔 또는 괴로움을 뜻하며, 다른 건 마음을 가리킨단다. 따라서 자비란 이 두 낱말이 합쳐져, 마음이 슬픈 이에게서 흘러나오는 어떤 걸 의미한다. 이처럼 자비로운 이는 다른 이의 고통을 자기 일인 양 슬퍼할 게다. 그리하여 그 고통을 없애려한다.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갔다. 그러다가 그 양을 다시 찾으면 기뻐하며 메고 집에 가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루카 15,4-7 참조)

 

하느님은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으시고자 그 어떤 수고도 감수하신단다. 그러나 우리의 불평은 자신들 또한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야 할 나약한 이임을 깨닫지 못하는 더 큰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아마도 그분과 우리의 계산법이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기에.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보다 의인 아흔아홉 명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우리네 계산법으로는 어쩜 지극히 당연하리라. 배려와 사랑을 모르는 완고한 마음이다.

 

물론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보다 의인 아흔아홉 명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의 생각과 계산법은 지극히 당연할 게다. 순전히 인간적으로만 생각하더라도 하느님께서 공정하신 분이시라면 처음부터 의인이었던 이들에게 더 큰 상을 주셔야 했다. 그렇지만 아흔아홉 마리 양을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목자, 은전 한 닢을 찾으려고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샅샅이 뒤지는 부인에서, 세상의 셈법에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우리 영혼 하나하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시는 하느님의 가치이고 셈법을 본다. 사실 잃어버린 강아지 또는 잃어버린 만 원권 지폐를 다시 찾았을 때의 기쁨은 정말 크다. 그래서 하늘나라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하신단다. 사람은 죄인을 포기할 수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결코 그를 외면하거나 포기하지 않으시는 자상하시고 한결같으신 분이시니까.

 

잘못된 길로 빠져 엉뚱하게 가는 양을 찾아 나서시는 주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랑과 자비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그분께서 얼마나 자비로우시며 우리를 얼마나 간절히 찾고 기다리시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게 바로 가난한 이들과 죄인들의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덜어 주시는 자비로운 마음이리라.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자비로운 마음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부르신다.

 

회개는 주님을 사랑하는 거다. 사랑이시고 자비로우신 주님께 온몸을 되돌리는 것이리라. 이렇게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그분께 고백해야 할 게다. 우리 스스로가 주님의 자비를 느끼고, 또한 이웃이 그분의 자비를 입은 것을 보며 참된 기쁨을 느낄 게다. 죄에 대한 용서를 받고자 고해소도 찾자. 때로는 총고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까지도 청해 보자. 그렇게까지 해서 그분의 사랑을 느낀다면 그 기쁨 배가 되리라. 주님의 용서에서 그분의 크신 자비로운 사랑을 느낄 게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가진 것들도 많아서 부족한 것이 없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꿈만 꾸면 곧 현실이 되는 그런 세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정반대이다. 갈수록 삶은 피폐해지고 인간성도 말살되어 모든 관계가 더 메말라만 간다. 세상의 건물들은 높아지고 화려해지지만, 우리 몸을 의지할 구석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세상처럼 보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 가고 있기에.

 

일상의 삶을 사는 이에겐 처음으로 돌아감이 가끔은 요구된다. 부부는 신혼의 느낌을 되살리는 거고, 직장인은 처음 근무 때의 그 열정을 되찾는 거다. 오래된 믿는 이라면 세례 때의 그 순수함을 되찾는 것도. 잘못을 저지른 자만이 회개하는 건 아니다. 회개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조건이다. 가을에 나뭇잎을 모두 떨어뜨린 나무는 봄이 되면 다시 시작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도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 태어나 보자. 그분께서 그 한 마리 양을 찾으시고자 그 수고라도 감수하신 걸 늘 기억하면서 그렇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잃은 양,은전,회개,죄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