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03 조회수2,195 추천수14 반대(0)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본 글입니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에는 소나무와 전나무만 푸르다.’ 내가 여유가 있고, 내가 권력이 있고, 내가 재물이 많았을 때는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내 삶에 고난이 다가오고, 가진 권력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재물도 없어지면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고, 푸른 나뭇잎도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을 것입니다. 겨울을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서운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고, 얼어붙은 땅속에서 양분을 찾아야 하고, 외로움을 견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인의 카톡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살다 보니 돈이 많은 사람보다, 잘난 사람보다, 마음이 편한 사람이 좋더라. 살려 하니 돈이 다가 아니고, 잘난 게 다가 아니고, 많이 배운 것이 다가 아닌, 소박함 그대로가 제일 좋다. 살아오는 동안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할 줄 알고, 너 때문이 아닌 내 탓으로 마음의 빚을 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걸 배웠다.’

 

세상을 떠난 백남기 어르신은 많은 사람들이 그 죽음을 함께 하였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이웃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죽음이 안타까웠지만 외롭지 않았고, 죽음이 슬펐지만 두렵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위령성월을 지내면서 고인이 되신 백남기 어르신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권력을 등에 업고 많은 비리와 의혹에 연루된 사람이 있습니다. 명품으로 몸을 치장했고 원하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그 곁에는 진실한 우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살지 않았고, 세상이 주는 쾌락을 위해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외로움과 고독을 대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면,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에게 원망과 분노를 가진다면 삶의 마지막 기회마저 놓치고 말 것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미사 시간 전에 고백성사를 드립니다. 대부분은 열심하신 교우 분들이 성사를 보십니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는 뜻밖에도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기억들을 함께 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고백성사도 그렇습니다. 하느님 앞에 자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분들은 성찰할 것들도 많고, 고백성사를 통해서 위로를 받고, 평화를 얻습니다. 가끔씩 오랜만에 성사를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10, 20년 만에 성사를 보시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월척이란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통회의 눈물을 흘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성사를 보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우리들이 하는 칭찬과 격려는 실의와 절망에 빠진 이들을 하느님께 인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남을 돕고, 칭찬을 한다면 우리는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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